한국일보

칼럼/ 가정의 달과 축복의 봄

2006-05-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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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5월이다. 봄이다. 지난 주 토요일 등산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 온 산이 푸릇푸릇 활기가 넘친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사이 들어나는 산의 모습은 한 마디로 생동감 자체다. 겨울 산의 앙상한 가지만 남았던 모든 나무들이 파란 새싹들을 피어내며 신록을 향해 행진한다. 이번 주 산행에선 또 다른 신선하게 변화된 자연의 모습을 볼 것 같다.
봄은 만물이 생성되는 계절이다.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 우리네 인생도 무언가 새롭게 피어나야 되지 않을까. 반드시 청년이라야 새로워지는 것이 있는 건 아니다. 인생이란 그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움을 맞이한다면 늘그막 황혼에 들어 있더라도 봄 같은 인생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와는 상관없이 늘 봄을 맞듯 살아야겠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달이다. 가족이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삭막할 것. 가족이 있음으로 인해 울타리가 처지고 가족들 사이의 사랑으로 인해 지친 삶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피곤하고 힘든 이민의 삶 속에서 그래도 반기고 반겨져야 할 곳은 가정이요 가족이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도 가정의 달엔 다시 한 번 부모와 형제들을 생각하며 보내야 할 것 같다. 멀리 있는 부모와 형제들이라 할지라도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므로 가족의 소중함과 가정의 소중함을 서로 일깨우고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싱글이
라도 부모와 형제는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5월의 어머니날. 가정의 달 안의 어머니날. 한국엔 어린이날도 들어 있다. 미국은 아버지날이 있는데 6월에 있다. 어머니! 듣기만 해도 소중함을 느낀다. 어머니 없이 이 땅에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만큼 우리에게 큰 축복은 없다. 그 축복의
근원은 우리를 잉태하여 나아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세상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생명이다. 생명을 낳아준 어머니. 물론 아버지 없이 어머니만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가 생명을 키워 해산의 고통을 통해 새 생명을 세상에 내놓기에 자식들에게 부성보다는 모성이 더 강하게 역할 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아버지’란 부름 보다는 ‘어머니’가 더 따뜻하게 감싸 안아 느껴지게 된다.

5월은 봄 처녀가 오는 달. 사뿐이 꽃잎 머리에 이고 한아름 꽃다발 안은 채 다가올 것 같은 봄처녀. 이은상의 시 ‘봄처녀’가 생각난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임 찾아가는 길에/
내 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물어 볼까나.”
만물이 생동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피어나는 계절. 봄과 5월. 왜인지는 몰라도 봄 처녀들, 시집 을 많이 간다. 청첩장을 받아 놓은 게 벌써 넉 장이다. 한 처녀는 한국에서, 한 처녀는 시카고에서, 한 처녀는 캐나다에서, 한 처녀는 뉴욕에서 봄 처녀와 더불어 장가가는 그 님의 총각들
은 봄과 함께 축복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인생이란 그렇게 긴 게 아니다. 길게 살아야 80-90이다. 그런데 이 인생을 모두 봄날의 봄바람 맞이하는 양 살아갈 수는 없을까. 모든 나날이 봄날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날만 계속된다면 세상에 불행과 걱정 근심이란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방법은 있다. 마음을 봄날처럼 포근히, 아름
답게, 푸르게 가지는 것일 게다. 봄날처럼 포근히, 아름답게, 약동하는 마음을 가지면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일 것이다. 이런 마음은 삭풍이 매섭게 부는 겨울에도 봄을 피울 수 있을 것. 추운 비바람 섞인 한 겨울 같은 인생의 역경 가운데서도 좌절과 낙망하지 않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음일 것이다. 마음 안에 늘 봄날을 열면 그 열림은 평생 봄날을 맞이하는 비결일 것 같다.

5월이다. 봄이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약동하는 모습 안에서 내 인생을 다시 찾아야겠다. 만물이 새롭게 생성되는 봄. 늘그막 황혼에 들어 있더라도 봄 같은 인생은 자기 하기 나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소원했던 가족들을 다시 생각하며 특히 어머니의 품을 그리어보자. 봄처녀 한아름 꽃다발 안은채 다가올 것 같은 봄. 봄날처럼 포근히,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매일을 봄과 같이 살아가며, 자신의 살아있음에 자신을 축복해 하는 축복의 봄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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