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 교회와 목회자 상(像)

2006-05-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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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비록 일부이긴 하나 한인청소년들이 마약과 도박에 빠져 폭력을 휘둘러대는 탈선이 주류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학교당국이 한인청소년들의 탈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얼마전에는 일가족 총기난사 사건이 대도시 한인사회에서 벌어져 충격을 충격을 던져주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일이지 아내와 어린 두 자녀에게 총격을 가해 죽게 한 사건이 LA지역에서 벌어졌고 아내와 별거중이던 가장이 어린 아들과 딸 두명을 차 안에 가두어 놓고 불을 질러 타죽게 하고, 도박에 빠져 별거중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온 5살박이 딸을 총을 쏘아 죽이고 자기도 자살했다는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되어 미주 한인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건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이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할 40대와 50대 가장들이라는 사실과 이들 모두가 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들이었다는 데 놀라움이 크기 때문이다.


미주한인사회의 경우 한인 이민자 수에 비해 교회와 목회자가 어느 민족그룹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많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마다 다르다고는 하나 한인이 사는 곳에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30개소에서 50여개소의 교회가 설립되어 하나님의 복음화를 외쳐대는 집회가 쉴새없이 개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년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흘러들어가는 돈이 무려 1억달러에 이른다는 수치가 기독교 연구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다. 이 많은 돈 중 10%만이라도 우리들의 공동체의 결집을 위해 쓰여지고 어려움을 겪는 동포들을 위해 쓰여진다면 우리 사회가 이런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하는 소리도 들린다.
한 마디로 교회와 목회자들이 하나님이 분부한 사역을 바르게 감당하지 못했다는 실증의 결과가 오늘 우리 사회가 겪는 혼란의 실체임을 고백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선한 모습으로 쉴새없이 봉사에 앞장서면서도 정작 가정에선 아이들 보는 앞에서 부부가 싸움박질을 해대는 일로 경찰까지 불러들여 가정을 파탄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일부 일그러진 사람들이 교회의 중직을 맡아 하나님을 섬긴다고 나서고 있다.
미주에서 초기 이민교회는 한인들의 만남의 처소가 되었으며 목회자는 물론 사모도 행상이나 노동일을 해가면서 얻은 적은 수익금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한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해가면서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에게 자금을 제공했던 숭고한 흔적을 이민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70년대 이민 문호 개방으로 한인들의 미주 이주가 본격화된 이후 교회와 목회자들의 헌신의 봉사가 있었기에 빠른 정착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음을 부정치는 못한다.예배중에도 긴박한 사고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릴 때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야만 했던 이민 초기 목회자들이 겪었던 희생의 발자취를 잊어서는 안된다.
자기 희생속에 교회를 일구고 한인들의 정착을 위해 헌신했던 이민 초기 목회자상(像)이 오늘, 우리 사회에선 어떤 모습으로 비춰져 있는지를 냉혹하게 살펴보자.목사는 교회와 성도에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목회자에 대한 종속적인 섬김의 강요는 교인들을 맹신자로 만들어놓고 교회를 사유화시키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가 중산층화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 교회와 목회자, 성도가 변하지 않으면 이민교회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자성론(自省論)이 목회자들 내부에서 들려지고 있다.

이민교회는 사회적, 역사적 진실 속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발견하고 교회의 중산층화를 배격하고 맹신자를 앞세워 목회자가 독선을 부리는 우상화의 죄를 짓지 말자는 자성론에 목회자들 스스로가 그리는 자화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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