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흡연의 추억

2006-05-05 (금)
크게 작게
홍재호(취재1부 기자)

남자라면 대부분 담배에 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담배를 몰래 피다 학생주임에게 잡혀 체벌을 받은 것부터 군 복무 시 보초를 설 때 암흑속에서 타들어가던 담배꽁초의 모습, 한 개피 밖에 없는 담배를 친구끼리 서로 돌려가며 피던 기억 등 남자치고 담배에 얽힌
추억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요즘 여성 흡연자들도 늘어가는 추세에 따라 담배에 대한 나름의 소견을 털어놓는 여성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담재는 추억을 되새기며 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계속하기에는 너무나 건강에 해롭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심각할 경우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는 흡연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면서 한인 자녀들이 흡연에 더욱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뉴욕시 소비자국(DCA)이 뉴욕시 미성년자 담배 판매 금지법을 위반한 업소의 티켓 발부 현황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DCA가 올 회계연도(2005년 7월1일~2006년 6월30일) 두달 가량 남겨둔 4월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판매업소가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다 적발된 케이스는 총 2.094건. 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올 회계연도 말까지 595건이 추가돼 총 2,790건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는 지난 회계연도의 적발 건수 2,418건보다 13%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미성년자들이 담배를 구입하기가 쉽고 직간접으로 담배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DCA가 3월말까지 지난 회계연도 총 검열횟수인 1만2,661회보다 331회가 늘어난 1만3,043번의 검열을 실시하는 등
검열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도 적발 건수가 늘어난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결국 한인 청소년들이 담배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한 뉴욕시정부는 청소년 흡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부모 또는 성인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 무료 금연 패치 제공행사와 금연 워크숍을 비롯 청소년들을 직접 타켓으로 하는 각종 금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인단체인 뉴욕한
인봉사센터(KCS) 공공부 경우 매년 뉴욕시 보건국의 후원을 받아 ‘담배연기 없는 우리집’ 캠페인을 실시, 청소년들과 부모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금연운동이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연문화가 한인사회에 정착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여기저기서 담배를 끊는 사람도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식당 앞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는 사람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연기속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말처럼 바쁜 생활에 쫓기는 한인들에게 어쩌면 담배는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자녀가 담배를 배우기를 원하는 한인은 아무도 없으리라. 결국 흡연을 하는 자녀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것도 금연하는 부모가 말하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이제는 담배와 함께 추억을 되새기는 것보다 담배를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떨
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