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영 이원언어 교육의 첫 결실을 앞두고...

2006-05-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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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대우)

논의를 시작한지 3년여 만인 올 가을 드디어 뉴욕시 최초의 한영 이원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PS 32 초등학교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그간 한인사회는 이원언어 교육에 대한 설명회와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홍보가 이어짐과 동시에 뉴욕한인교사회를 중심으로 시교육청과 교육구
및 학군 사무실 문지방이 닳도록 눈물 나게 힘든 프로그램 유치작업을 펼쳐왔다.

당초 1년 이내 유치작업을 성공시킬 계획이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 부족으로 추진 과정에 탄력을 받지 못해 결국 예상보다 긴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램 유치를 성공시키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첫해 등록 정원인 24명을 모집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 입학설명회 예고 기사가 4월 말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학부모들의 문
의 전화가 꽤 있었다고 한다. 학교 교장도 최근 교육계에 불고 있는 언어교육 강화 추세 때문인지 타인종 학부모들의 문의도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2일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한인학부모는 3가정 뿐이었다. 리전 3 교육구와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학부모들보다 더
많아 당혹감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이원언어 교육에 대한 한인학부모들의 이같은 무관심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 사용해 수업을 받을 경우 자녀의 영어습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두 가지 언어로 동시 교육받은 학생들이 한 가지 언어로 교육받는 학생들보다 훨씬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각종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불편이 없으니 한국어 교육을 굳이 필요치 않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생활언어는 그런대로 구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학문적 수준의 언어구사 능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최초로 유치하게 될 25학군은 두 개의 서반아어/영어 이원언어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어 타학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따라서 한영 이원언어 교육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에는 더 없이 유리한 각종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보
여진다. 아무쪼록 자녀의 성공적인 장래를 위해 조금 더 넓고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한인학부모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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