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입 더 올려줄 세탁장비쇼

2006-05-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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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선(미주한인 드라이클리너스 총연 이사장/클리닝 엑스포 행사준비위원장)

요즘 만나는 세탁인마다 공통적으로 “장사 잘 안 돼… 경기가 예전만 못해… 죽을 맛이야”라고 말한다. 혹시 이글을 읽고 읽는 세탁인들의 답변은 어떨 런지…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자 경기가예전만 못한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증권시장은 날로 활성화되어가
고 있으며, 건축경기 등은 예전보다 더 활발한 경기를 맞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번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국인의 미국 이민이 큰 봇물을 이루던 1980년대 세탁소의 매력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짧은 근무시간과 휴일에는 문을 닫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부부가 함께 일을 하면서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타고난 근
면성과 현란한 손재주로 모든 세탁 및 수선에 관한 기술을 짧은 시간 내에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등의 장점들이 한인들로 하여금 세탁소 경영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요소들이 되었다.그런데 한인들이 세탁소를 점령(?)하고 나서부터 몇 가지 불평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첫번째 불평은 손님들로부터 나왔다. 세탁의 질이 전만 못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 어떤 유수의 TV 방송국에서는 세탁의 질을 조사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 및 직접 옷에다 얼룩을 묻혀놓고 이 세탁소, 저 세탁소에 손님으로 위장해 옷을 맡겨,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두 번째 불평은 정부기관에서 나왔다. 세탁소에서 사용되는 퍼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공공보건의 해를 끼친다며 규제를 가했다. 세탁인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격을 가해 보았지만 어는 한 세탁소에서 퍼크가 기계에서 줄줄 새어나오고 있는 현장이 정부관리에 의해 적발당하면서부터 각종 법규가 까다롭게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세탁업자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할애를 하게 됐다.
세 번째 불평은 공교롭게 세탁인들로 부터 나왔다. 무슨 얘기냐고 반문하겠지만 현재 세탁소의 경기 불황은 과당경쟁으로 수입과 고객이 줄어든 탓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번창일로에 있는 세탁소 앞과 뒤, 옆에 새로운 세탁소가 들어서고 새로운 세탁소는 손님을 빼앗으려는(?) 욕심으로 가격을 덤핑하고 거기에 맞서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세탁소의 동반 가격경쟁 등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타성에 젖어버려 가격할인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과당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과 다른 특별한 면이 있어야 하며 그 다른 면은 나만의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독특함은 고객에게 즐거움이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다행히 ‘세탁 장비쇼’라는 이름을 걸고 많은 신정보와 신기술을 제공하는 행사가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한인들이 세탁업을 주도하면서 부터 본의 아니게 사양 산업이 되어버려 이제 그런 종류의 장비쇼 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왜 이럴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로는 세탁인들이 게을러져 있다고 봐야 한다. 골프를 약속하면 2시간 거리를 마다하고 달려가지만 장비쇼에 참가해달라고 사정하면 콧방귀도 안 뀐다. 이런 현상은 한인들이 세탁소를 주도하면서 생겨난 기현상(?)이다.

장비쇼에 참가하면 유익한 세미나와 신장, 신기술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업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 중요한 정보는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여기에서 배운 지식이 곧바로 가게 매출증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장비쇼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한 장소에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준비돼 있다. 가장 좋은 장비를, 가장 저렴하게 구입하는 생활의 지혜를 이번 장비쇼에서 충분히 발휘해 보자.
갑자기 결정돼 불과 3개월 만에 동부지역 최대 규모 장비쇼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3만여 한인 세탁인들의 바잉 파워를 무시하고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또 하나는 기존 장비쇼를 주관하고 있는 협회들의 직·간접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장비쇼 명칭을 들먹거리며 변호사를 통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해왔지만 기어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집행부가 합심해 슬기롭게 대처했다.

이런 불편한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우리 한인 세탁인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이 세탁업계의 주인은 당신들이 아니고 바로 우리입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이 이번 장비쇼가 대성공을 거둬 앞으로 열리게 될 모든 장비쇼가 ‘한인 세탁인이, 한인 세탁
인을 위한, 한인 세탁인에 의한 장비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필자만의 간절한 소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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