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꾸면 행복하다

2006-04-28 (금)
크게 작게
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해가 뜨는 일출 사진보다 석양을 담은 작품이 더 많고 보기도 좋다. 해 돋는 사진은 수평선 위에 솟아오르는 태양이 장엄하기는 하나 단조로운 반면 저녁노을은 사진과 함께 담긴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인생도 황혼기가 아름답기를 바라며 또 마땅히 아름다워야 그 사회가 밝은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하여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는 작가와 같이 인생의 황혼기를 아름답게 꾸미려면 바꾸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황혼기의 삶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 삶이다. 몸도 절차적으로 쇄약해지면서 건강을 잃어가고 친구도 하나 둘씩 앞서 보내고, 그 좋던 꿈도 희미하게 퇴색된 가운데 돈도, 일도 잃어가는 것이 노년기의 삶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답답하고 막막한 의미 없는 삶으로 치부하고 세상 되는대로 살다 가지, 하는 자포자기의 상태로 나날을 지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늙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다. 너 나 없이 추한 모습은 원치 않으며 멋있게 늙고 싶고,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행복한 여생을 살고 싶은 것이 황혼기를 사는 이들의 공통된 희망이다.


나이가 들면서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정열도 예전같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꾸느냐? 안 바꾸느냐? 하는 데서 좌우된다.바꾸면 길이 보인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면 생활이 바뀌고 바뀐 생활 속에 어느덧 행복이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바꾸기 위한 최우선 수순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다음에 버릴 것은 체면이다. 욕심과 체면은 버리지 않으면 바뀔 수가 없다. 말과 같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바꾸지 않으면 마음의 평화도 행복도 느낄 수가 없다. 아름다운 황혼을 원한다면 마땅히 바꿔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우선 마음이 가벼워지고, 맑고 밝은 눈으로 자신과 함께 이웃을 보게 된다. 자신을 알고 이웃이 보이면 따라서 해야 할 일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마련인데,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다. 그 때부터는 체면이 걸림돌이 된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남에게 특별히 자랑할 만한 일도 없이 다만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것 뿐인데 스스로 과대포장해서 내가 왕년에... 하다보면 되는 일이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보람된 삶을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고, 뜨거운 가슴은 열정을 품은 정신에서 비롯된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터득하고 존재 가치를 부여하며 정열을 쏟을 때 아름다운 일생을 만들어 가게 된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위고’가 남긴 말이다.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