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찰과의 시비

2006-04-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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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며칠 전에는 50대의 한인 아주머니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어 법원에 끌려왔다. 차를 운전하던 이 아주머니가 교통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에 사거리를 지난 모양이다. 경찰은 빨간 신호등을 위반했다고 단속을 한 모양이고 이 아주머니의 주장은 아직도 노랑색 신호일 때였는데
경찰이 과잉단속을 한다고 항의를 한 모양이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상의 일이다. 그리고 특히 뉴욕의 경찰은 정말 과잉 단속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이 아주머니가 경찰에게 항의하는 태도였다. 아마 항의하는 태도가 지나친 모양이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친구의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의 검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친구는 단속하는 경찰에게 마치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를 다루듯 마구 반말로 오히려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쪽이 이처럼 큰소리로 야단을 치니까 주눅이 들었는지 경찰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일을
끝내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니까 힘 있는 사람에게는 경찰도 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이런 한국의 현실 때문인지 많은 한인들이 이곳 미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찰을 대하고 있는 듯하다.


위에 예를 든 아주머니도 아마 꽤나 격렬하게 경찰에게 덤빈 모양이다. 게다가 영어라고는 겨우 몇 마디 단어만 알고 있는 아주머니가 그야말로 삿대질을 하며 경찰에게 덤볐으면 체포되고도 남는 일이다. 기껏 교통신호 위반으로 티켓을 받아야 할 아주머니가 이런 위반은 간 곳이
없고 단속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전혀 엉뚱한 형사 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경찰의 공무 집행은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절대적인 보장을 받고 있으며 이 권한은 아무도 방해 할 수 없도록 보호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찰의 검문에는 협조하는 것이 미국식 상식이다. 최근에 일어난 검찰청 간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20
여 년의 경력이 있는 검찰청 간부가 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 길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매춘녀에게 접근했다.

값을 흥정하는 척하면서 농담을 건 모양이다. 이 매춘녀는 사실은 이곳을 단속하고 있는 잠복형사였다. 이 형사는 이 검찰 간부를 바로 체포해 버렸는데 이 사람이 검찰간부라는 신분을 밝힌 것이 오히려 문제를 크게 만들고 말았다. 이 사건은 바로 상부에 보고되었고 이 검찰 간부는 이튿날 전격적으로 파직되었다. 일개 형사가 부장 검사 쯤 되는 사람을
이 정도의 일로 체포하다니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위의 예에서와 같이 한인들 중에 경찰의 검문에 불손한 태도로 덤비다가 오히려 더 큰 혐의의 바가지를 쓰고 끌려 들어오는 사건을 자주 대하고 있다. 생각을 해 보자. 단속하는 경찰이 이런 식으로 항의한다고 주눅이라도 들어서 미안하다 하고 물러 설리 만무한 일 아닌가.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의 특성은 항의하는 태도가 아주 불손하다. 우선 목소리가 너무 크고 미리 흥분부터 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게다가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여 경찰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 손짓 발짓으로 강조하기 마련이고 이것은 경찰에게는 위협행위로 보이기 일쑤이다.

식당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경찰이 음주운전을 의심해서 테스트를 요구했다.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 이 사람은 기분이 나쁜 나머지 큰소리로 격렬하게 항의했고 테스트도 거절해 버렸다. 결국 이 사람은 테스트 거절 혐의로 체포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음주 테스트를 거절하면 자동적으로 음주운전의 유죄가 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 사람은 술을 입에 대지 않고도 음주운전 유죄선고를 받은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 경찰이 검문을 하면 차분히 협조하는 것이 현명하다. 협조하지 않아서 돌아오는 혜택은 수갑 차는 기회만 많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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