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보이지 않는 장벽 허물기

2006-04-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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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23일 오후 뉴저지 연합교회 강당. 뉴욕밀알선교단과 뉴저지밀알선교단이 장애인 주간을 맞아 공동으로 마련한 장애체험 행사가 일반 동포들과 장애우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리고 있었다.
장애우들을 보는 한인사회의 시선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휠체어 타기와 안대로 눈가리고 걷기, 귀 막고 의사 전달하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열심히 1일 장애 체험을 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기자는 행사를 체험한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고자 행사장 한 켠에 모여 앉아 무언가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토론이 너무 진지한 터라, ‘체험 소감’을 얼른 묻지 못하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듣고 있어야만 했다. 대화 주제는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에 관한 것으로 평소에 듣던 얘기와 별반 다른 게 없다는 판단에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한 어조를 띤 한 학생의 말에 귀가 쏠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과 대비되는 말로 정상인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장애인은 모두 비정상적인 사람을 뜻하는 건가요?”이 학생의 지적은 우리가 그동안 은연중 장애인은 곧 비정상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되새겨 보게 했다.


그것은 평소 장애인도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들 무심코 쓰는 단어에는 우리의 고정 관념과 무의식적인 사회적 통념이 배어있는 법이다.즉 장애인이 비정상인이라는 인식도 장애인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선입관이나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이 학생의 지적이었다.

이날 문제를 제기한 학생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을 위해 제공하는 아무리 큰 물질적 혜택이나 도움보다는 주위에서 바라보는 정상적인 시각”이라고 말하고 끝을 맺었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이지 비정상인은 아니며 주위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전용 파킹장이나 경사로, 승강기 등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이 보다 더 선행돼야 할 것은 장애우들에 대한 잘못된 우리의 보이지 않는 사회의식 장벽을 허무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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