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준비하는 삶

2006-04-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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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씨를 뿌려서 수확할 때까지의 많은 수고와 땀이 열매를 탄탄하게 영글게 하는 진리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요즘의 모든 사람들은 씨도 뿌리기 전에 수확부터 하려 든다. 마치 우물가에서 숭늉 내놓으라는 식으로들 말이다. 대학만 졸업하면 10만달러 짜리 봉급자가 탄생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요즈음 실태를 간단히 살펴보면 인도에서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숫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보다 더 많이 몰려 세계 컴퓨터 산업의 메카로 떠오른지 이미 오래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회장들이 인도와 중국인들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히스패닉계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미국의 종합병원 전문의의 30%가 인도인들이다. 히스패닉 청년들이 막노동을 찾으려고 길거리를 헤매는 것을 전체 히스패닉처럼 본다면 큰 착오이다. 비록 소수의 히스패닉 청년들이 우수한 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90% 이상이 이공계의 학위를 목표로 공부하고 이중 70% 이상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많은 히스패닉계 1.5세, 2세들이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때 히스패닉계로 보기 힘들 정도로 미국화 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히스패닉계와 대화를 나눌 때 저들의 모습은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한다. 그들은 비록 다른 남미나라에서 왔어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옷을 큰 백에다 가득
담아다 나누어주고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들의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준다.


한 마디로 헌신이 생활화 된 백성이라고나 할까.저들은 또한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길이 튼튼한 학위를 갖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노력한다. 우리 2세들의 경우 백년이 넘는 이민역사 속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모들의 액서사리처럼 매어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는 과거의 한국적인 시장개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젊은 의사들이 다른 전공으로 바꾸려 하고 있는지…저들과의 대화에서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의한 진로 문제로 방황하고 있다.
미국에서 종합적인 직업 분포를 나누어 보면 25만개의 다양한 직업이 있다. 이중에서 신체부자유자의 직업에만 2만개의 종류로 분류된다. 한국에서 전체 직업 분류로 나누어 볼 때 지난 10년간에 4만가지로 과거 2만5,000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미국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차이가 많다. 이렇게 직업의 선택이 많은 나라에 와서 과거의 직업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고 한다면 그 자녀들의 앞길을 막는 것과 같은 끔찍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지금 중국과 인도의 무서운 성장이 이곳에 와 있는 그들의 실질적인 저변을 다지고 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이민 초기의 열정으로 똘똘 뭉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자라고 있다. 우리들도 과연 60, 70년대의 이민 초기와 같은 정신으로 지금도 살고 있는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자.
한국사람들이 타는 벤츠가 왜 저들보다 더 많아야 하는가? 저들은 한국시장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부를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저들이 고급 중고 벤츠나 고급 골프채를 들고 누비지는 않고 산다. 왜 그럴까?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무식함이라고 할까? 천만에 말씀이다. 저들은 가족 중심으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외식주의자들이다. 또 저들은 맨하탄에서 수천달러짜리 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고향에서 싸게 맞추어다 입고 즐긴다.

모 TV 여자 어나운서는 꼭 고향에서 싼 가격이지만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당당하게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자기 고향에 있는 양장점에는 자기 몸매과 똑같은 모양의 마네킹이 준비되어 있기에 구태여 찾아갈 필요가 없다. 얼마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있는가.10년 후를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10년 후를 준비할 수 없다면 무엇을 준비하겠는가.
만약 10년 후가 막막하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부평초 신세의 유행가에 만족해야 하는가? 이곳에서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삶을 살고 있다. 낭비하면서 살기에는 너무나 귀한 땀으로 이 땅을 적시며 살고 있다.남에게 비옥한 땅만 만들어주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땀 흘린 만큼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풍요로운 기름진 땅을 남겨주어야 한다. 자식 농사만큼 값있는 농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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