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평양 횡단 항공기와 노래방 청춘

2006-04-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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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번도 횡단하기 어려운 태평양을 대한항공으로만 넘나들기 벌써 200번 가까이 된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면 옛날 미국 팝송이나 우리나라 흘러간 옛 노래를 즐겨 들었다. 세월이 흘러 2000년이 되자 KAL의 팝송이나 옛 가요 프로그램들은 어느새 귀에 익은 아는 노래들 보다 귀에 전혀 생소한,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로 바뀌어졌다.이제 귀에 익은 음악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즐겨 들었던 서양 고장 음악들 뿐이다.

1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앉아 그동안 세상살이에 쫓겨 듣지 못했던 모짜르트, 베토벤, 바하, 드볼작, 쇼팡, 말러, 하이든 및 차이코프스키 등의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을 거듭 듣다 보면 비행기는 어느새 베링해협을 통과한다.그런 고전음악을 듣다 보면 나는 어느새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로 돌아가 집에서 유엔군 총사령부 심야의 고전음악 방송을 들으며 공부하거나 르네쌍스 음악감상실에 앉아 고전음악을 듣던 청년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태평양을 건너게 된다.서울에 도착하여 만나는 내 친한 친구들 중에는 술이나 담배를 않는 것 까지는 좋은데 노래방에 가자는 친구들도 매우 드물다. 그래서 나도 자연히 노래방과는 거리가 멀다.

후배들을 만나야 가끔 노래방엘 가는데 2000년에 들어서는 처음 듣거나 모르는 최신 노래들이 많아 세대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나 혼자 노래방 분위기와 상관 없이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를 수 없어 노래방 가기가 싫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해낸 것이 옛날 부르던 흘러간 팝송을 찾아 부르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되돌아 간다.
엘비스 프레슬리, 낫킹콜, 페티페이지, 클리프 리차드, 팻분 등이 노래를 부를라치면 나는 어느새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그래서 이제는 태평양 횡단 항공기는 날으는 고전음악 감상실이 되어 장거리 항공여행이 훨씬 덜 지루해졌고 또 누군가 노래방을 가자면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따라가 청춘을 목청껏 뽐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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