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3세기, 십자군 전쟁 그후

2006-04-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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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 가운데에서 어두운 숲 속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은 내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 중>
단테의 신곡은 유럽 중세문학의 백미인 동시에 중세의 기독교 신앙을 가장 함축적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교회는 진리를 떠나 세상의 권력만 추구하고 있고, 교황은 사악한 적 그리스도의 역할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크리스천들의 마음 가운데는 “하나님은 왜 이런 악한 것들을 허락하시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시인 단테는 크리스천들이 중세의 어두운 숲을 지나가게 된 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허락하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봤다. 우리가 당하는 고난은 하나님이 원인이 아니라 우리가 뿌린 악의 씨앗들로 인해 거기에 합당한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의문 중 하나가 “정의로운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악이 더욱 성행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9.11사태가 터졌을 때도 그랬고, 수나미, 허리케인등 자연재해로 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절대주관자인 하나님을 내심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고난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에게 있다.
13세기는 길고 긴 중세 암흑기가 서서히 물러가며 유럽 르네상스의 여명이 밝아오는 시기다.
200년 동안 계속된 십자군 전쟁 동안 교황의 권세는 절정에 달했지만 패전을 거듭하면서 점차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1270년 마지막 8차 원정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교황의 권위는 급속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반면 왕권이 신장되며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도시들이 발달되고, 도시 사이의 네트웍, 즉 상업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봉건사회의 기반이 무너지고 상업중심의 새로운 시민문화가 형성되었다.
같은 시기에 몽고의 징기스칸은 무적의 기마병을 이끌고 러시아를 비롯한 동부 유럽지역을 휩쓸었으며, 200년간 십자군 전쟁에도 꿋꿋하게 버텼던 이슬람 제국도 몽고의 강한 힘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징기스칸이 사망한 후 그의 아들 4명은 몽고 제국을 분할 통치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동서 세계를 연결했고, 중국에 원나라를 세워 천하통일을 달성했다.
이탈리아의 상인이었던 마르코 폴로는 1277년 원나라를 방문, 10여 년 동안 중국과 아시아의 문물을 배운 후 동방견문록을 남겼다. 사실과 허구, 그리고 상상력이 혼합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당시 유럽사회에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욕을 자극해, 2세기 후 콜럼부스가 인도와 아시아 황금의 나라를 찾아 나서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또한 13세기는 신학이 학문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다. 파리 대학을 중심으로 한 스콜라 학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신앙과 이성을 분리하고자 시도했는데 그 결과 이성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리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는 진리를 반(反)이성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13세기의 주요 사건일지
▶ 1212 청소년 십자군 원정
▶ 1226 제5차 십자군 원정
▶ 1227 징기스칸 사망
▶ 1231 종교 재판소 설립
▶ 1250 몽고 대 제국 형성
▶ 1265 단테 탄생
▶ 1270 제8차 마지막 십자군 원정
▶ 1295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baekstephen@yahoo.com
백 승 환 목사
(예찬출판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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