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이웃집에 떡 돌리기(2)

2006-04-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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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한 블록 이웃집 15가구를 방문하는 일은 목사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웃이라 해도 생면부지인 외국 분들을 초청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고 그 분들이 타인종의 초청을 단번에 수락하는 일도 단순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초청장을 직접 전달하는 데도 2-3번은 방문했어야 했고 하루 전에 다시 직접 만나 내일 12시 정오라고 확인하는 데도 서너 번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당일 약속된 시간에 도착한 사람은 서너 명뿐이었습니다.
우리 부엌에서는 50여 명분의 음식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손님이 도착하지 않으니까 안타까워했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한 후에 다시 이웃집 문들을 노크했더니 대부분이 집에 안 계셨고 내댓 가정만이 곧 출발한다면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한 집에 줄잡아 열 번은 발품을 판 것 같았습니다.
결국 약속시간 1시간이 지나서야 9가정에 40여 분이 오셔서 즐겁고 행복한 식사를 나누었고 우리와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사는 퍼난데즈 가족에게는 고마움의 표시로 감사패를 전달했더니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좋아하셨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월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떡 돌리듯이 음식을 배달했더니 그렇게들 좋아하셨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듬해에는 사방 두 블럭에 거주하는 250가구를 새한교회 목장식구들이 총동원해서 목장별로 지역을 나누어 방문했습니다. 연세가 70이 넘으신 어른들은 한 집, 젊은이들은 세 집 이상을 찾아 뵙고 설문지를 받아오도록 했습니다. 설문의 내용은 만약에 우리가 건물을 하나 짓는다면 어떤 용도로 이웃과 같이 사용하면 좋겠는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문에 답을 주신 65가정에만 초청장을 나누어드렸는데 초청장은 교역자들(목사, 전도사)이 직접 전달해서 이번에는 토요일 오후 6시에 오시도록 초청했습니다.
저희들 예상은 최소한 200명은 올 것으로 추산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렸는데 작년처럼 정각 6시에 도착한 가정은 두 가정뿐이었지만 7시가 되니까 250여명이 예배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저희들이 준비한 식사가 많이 모자랐지만 예상치 않았던 울타리 선교회에서 도넛을 한 차 도네이션 해주셔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히스패닉 교회에서는 찬양팀의 연주를, 뉴 프레이즈 코랄에서는 안내와 특송을 해주셨고 저희 교회 유니스양이 준비한 부채춤, 그리고 재미국악원 단원들의 국악연주는 이웃집 손님들과 저희 새한의 가족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기에 압권이었습니다.
전교인의 반 이상이 토요일 밤에 나와 떡 돌리는 넉넉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웃 타민족 식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섬기는 얼굴 얼굴에는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남에게 퍼주면서 오히려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받기 힘든 예상치도 않았던 감동적인 체험을 했습니다.
오늘은 성금요일(Good Friday)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날이 뭐가 그렇게도 Good day일까요? 이웃집에 떡 돌렸더니 기쁨과 감동으로 되돌아온 것처럼 그 분께서 주신 목숨이 우리에게는 영생으로 되돌아와서일까요?

홍 성 학 목사
(새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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