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We Are America, 우리가 미국이다”

2006-04-12 (수)
크게 작게
이진수(취재1부 기자)

지난 10일 오후 맨하탄 브로드웨이가 이민자들의 분노어린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하탄 브로드웨이 W4 St.에서부터 시청 앞까지 이어지는 20여 블럭을 가득 메운 이민자들은 성조기를 들고 “우리가 미국이다”를 외치며 이민자를 위한 연방의회의 친 이민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민자 인권을 위한 전국 로비데이 4.10’ 집회로 명명, 전국 45개주 100여개 도시에
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전국적으로 참가자가 20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 주최측 추산이다. 가장 많은 인종이 모였다는 뉴욕 집회 역시 10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 이민사회의 분노와 배신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보게 했다.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건설되고 발전해온 이민자의 나라다. 먼저와 자리 잡았다고 늦게 온 이민자들을 괄시하는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이민자 정책과 이들에 대한 체류 합법화 법안이 제정돼야한다”고 소리 높인 한 이민자의
외침은 이날 모인 모든 이민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특히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민자들은 서류미비자는 물론 이들을 고용한 업주까지 범죄자로 규정하는 전대미문의 이민악법인 센센브레너-킹 법안(H.R.4437)의 철회와 서류미비자들의 사면안이 포함된 포괄적인 친 이민개혁법안의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잠시나마 이민사회에 희망을 줬던 ‘이민개혁법 절충안(S.2545)’이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연방의회에 대한 이민사회의 배신감이 극에 달해 이에 대한 분노가 이날 집회를 통해 표출됐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민사회가 단결, 반 이민성향의 정치인을 낙선시키고 친 이민성향의 정치인을 당선시키자는 현실 정치참여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 때문에 이날 집회는 이민사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한 집회로 평가되고 있다. 즉 이민자의 인권을 지키
고 잘못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는 미국의 이민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이민사회가 단결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때문에 이날 시위대로부터 흘러나온 “Today We March, Tomorrow We Vote, 오늘은 행진, 내일은 투표”라는 구호는 참석자 모두의 다짐이 됐다.이번 시위를 공동주관한 청년학교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적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날 시위에 참석한 한인들도 투표참여만이 서러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민개혁법’논의는 오는 24일 연방 상원에서 다시 재개된다. 친 이
민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며 유권자들은 한인사회를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반드시 투표에 참여, 한인사회의 참 뜻을 정치인들에게 전달해야 하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