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내가 찾는 나의 권리

2006-04-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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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플러싱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미국에 거주한지 7년째로 접어드는 서류미비자이다. 신분문제로 제대로 된 신분증 하나 없고 가족 또한 초청할 수 없는 등 각종 불편을 겪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열심히 일만 했다. 그러던 그에게 최근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최근 집에서 전등을 갈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친 것.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가 너무 들어 매일 집에서 부황을 뜨며 일을 나가고 있다. 주위 사람 중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이 많다고 전하며 한숨을 쉰다.

이같이 높은 병원비로 인해 자신의 병을 키우는 한인들의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뉴욕주 인권단체인 ‘시티즌 액션 오브 뉴욕’이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은 더욱 충격이다. 뉴욕주 병원들이 병원에 입원한 무보험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실제 병원비보다 2.3배 가량 높은
병원비를 청구, 지난 2003년만 해도 총 11억달러의 부당 수익을 올린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비를 직접내야 하는 무보험자 경우 입원시 본 요금보다 2.3배가 많은 병원비가 책정되고 있으며 이중 43%만이 실제 병원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외래 환자는 실제 병원비의 1.6배
가 부당 책정되어 실제 병원비는 징수된 병원비의 61%에 불과했다. 특히 뉴욕주내 200여개의 병원에서 실제 병원비보다 엄청나게 많은 의료비를 청구했고 실제 병원비보다 적은 요금을 받은 병원은 1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욕주 상·하의원은 최근 뉴욕주내 저소득층들이 무료 또는 할인 가격으로 병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 2만달러 미만은 병원비가 모두 공제되고 연소득 6만달러까지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개인보험의 20%에 해당하는 병원비 또는 이보다 적은 병원비를 적용시키게 됐다. 또한 미 암협회 한인지부는 저소득층 및 서류미비자들이 자신의 보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건강정보 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만 하면 이용할 수 있는 보건 혜택이 존재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믿어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서류미비자와 같은 무보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건 혜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도 없이 타국에 살면서 몸까지 아프면 더욱 맘이 아프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족이 있더라도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결국 미국 생활도 돈을 벌어 더 좋은 생활을 영위해 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시간이 없더라도 오늘 하루는 짬을 내어 한인보건단체들을 방문하고 보건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찾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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