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블룸버그 시장의 친이민 발언

2006-04-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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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1200만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부여해야 한다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발언은 불법체류자는 물론 모든 이민자 사회가 가뭄 속의 단비처럼 반길만한 말이다. 미국사회가 이민문제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연방의 상하 양원과 행정부에서 상반된 입법을 추진하는 등 이민문제는 이 나라에 발등의 불처럼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시정부의 수장이 친이민적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주 CN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이민문제를 부시대통령의 해법으로 풀기는 불충분하고 더구나 대규모의 추방을 통해 해결한다는 생각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불법체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합법적 체류신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그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
최근 불법체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일부 주와 카운티에서는 연방보다 한발 앞서서 불체자 단속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뉴욕시의 행정책임자가 이처럼 친이민적인 태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민자사회에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처하는 뉴욕시의 각종 행정조치가 이같은 블룸버그 시장의 방침에 충실히 부합되어야 할 것이다.

뉴욕시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불법체류자들의 수가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뉴욕시의 경제와 사회생활에서 불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따라서 불체자에 대한 뉴욕시의 자세가 미국 전체의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뉴욕이 불체자로 인해 큰 문제를 겪지 않는다면 불체자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심각한 불체자 문제를 안고 있는 뉴욕에서 문제 해결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뉴욕이 불체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반이민의 대열에 설 것이 아니라 불체자들은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불체자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처방을 마련한다면 뉴욕은 미국의 고질병을 고치는 명의가 될 것이고 블룸버그 시장은 국가적 인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블룸버그 시장의 이번 친이민 발언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민문제 해결을 위해 그의 리더십이 크게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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