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성 트랜드

2006-03-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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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복식가)

여성들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옷을 매일 갈아입어야 하고 또 거기에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패션 트랜드를 잡아야 한다고 한다. 지금 영국 샤핑가에서는 프라브족(PRAVS)이 뜬다고 한다. 프라브족이란 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깨달은 사람들(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을 뜻
하는 조어라고 한다.

유명 브랜드에만 매달려 사치스럽게 꾸미는 블링 블링(bling bling)이나, 고급스럽게 차려 보지만 결국 싸구려를 면치 못하는 저급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차브(chav)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제는 옛날이라고 하여야 할 60년대의 엘레건트 패션문화 시대는 밀라노나 파리에서 발생하여 서서히 우리의 의생활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어느 세대 층에서나 색감이라든가 실루엣에 대한 유행감각을 익히는데 쉬웠었다.
지금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어를 동반한 패션은 너무 빠르고 다양해서 트랜드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그런데 남성복에는 한마디로 트랜드는 없다. 구태어 말하면 남성 트랜드는 1930년대 뉴요커 스타일이다.
이제 은퇴하여 현장에서 물러났거나 이 세상에 이미 없지만 그들의 이름을 딴 유명 브랜드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인기이다. 지난날 그 유명했던 거장들 중에서 피에르 가르뎅은 유독 남성패션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옆에 서있는 남성’을 꽤 강조하며 남성복에도 손을
대었었다. 그 외 란방, 조지오 아르마니 등 몇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남성복을 만들어 그들의 레이블을 달아서 내보냈지만 한결같이 고오디 룩(Gaudy Look)이었다.


감각적으로 중성적인 민들한 느낌을 면치 못한 것들이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즐겨 입기도 했지만, 신뢰를 직업으로 하는 월스트릿가나 파크애비뉴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외면을 당했다. 여성패션 전문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남성 시장을 겨냥하여 무진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만 신뢰를 바탕
으로 컨서브티브하게 보여야 되는 남성 스타일 전문성이 결여된다.
그들은 남성세계를 잘 이해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그들의 체질인지 모를 일이다.
이 사회 복식 전문가들은 남성복의 모랄로 1930년대 전통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남성 전문점으로 1818년 창업 이래 아직도 성업중인 부룩스 브라더스를 꼽는다. 남성복은 패션보다 스타일에 가치관을 둔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여성이 패션 트랜드를 잡아야 한다면 남성은 스타일 트랜드를 잡아야 한다. ‘가장 올드한 것이 가장 뉴’라고 한 말은 남성 스타일을 가리켜 한 말 같다. 상혼들은 그들 비즈니스를 위해 써치를 잘 해야 한다. 일반층 시장, 그리고 부유층 시장을 잘 파악한다. 그리고는 일반층 시장에 대해서는 패션을 내세워 소비를 부추기고, 부유층 시장에 대해서는 클래식을 내세워 양 보다 질을 강조한다. 부유층 사람들은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구입한다. 부유층 사람들의 옷가지 수가 일반층 사람들 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언제나 그것은 어느 쪽이 잘못인지 모르지만 빈익빈 부익부 사회의 부조리 현상은 이런 의생활 면에서도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한 벌의 옷이 있다면 여성 옷은 적게 다섯 벌 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패션이 여성을 아름답게 한다면 옷가지는 적은 것이 많은 것만 못할 것은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이 사회 어느 시(詩) 평론가 말에 지금을 드로 웨이 소사이어티(throw away society), 한번
쓰고 버리는 시대라고 하는데 옷도 한번 입고 버리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입던 옷도 다시 꺼내어 어울리게 입는 센스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유행은 쳇바퀴처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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