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잊으면 안되는 4.29폭동 교훈

2006-03-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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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1부 부장)

세월이 흐르면서 14년전 LA에서 발생한 4.29 폭동이 한인 이민자의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LA에서 멀리 떨어진 뉴욕 등 동부에서 성장한 2세들이 이 폭동을 기억하는지 또 이 폭동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가슴에 새기었는지 염려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디스커버리 코리아 2006’에서 한인 1.5세 시인을 통해 당시 모습을 기억하고 배운 교훈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대견스러움을 느꼈다. 영특한 우리 2세들은 그 당시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없어지지 않도록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4.29 폭동은 14년 이상 미국에서 생활한 한인이면 당시의 억울함을 직접 보고 들으며 어찌 저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가슴에 새겨 두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로드니 킹이란 흑인 남성이 경찰로부터 무참하게 폭행당하고도 1992년 재판에서 폭행한 경찰들이 무죄를 선고받자 흑인과 스패니시들이 평결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4월29일 일으킨 폭동이었다.로드니 킹 사건과 한인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이들은 한인 타운에 불을 지르고 건물을 파괴하는 등 소수중의 소수인 한인 타운을 타깃으로 그 분풀이를 해됐다. 이 폭동은 3일간 지속되며 55명의 희생자를 낳았고 2,300명이 부상당했으며 건물 1,100채가 파괴되는 피해를 줬었다. 이 모습은 TV를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전해졌었다.

같은 시간 뉴욕에서 성장하던 우리 1.5세와 2세들도 한국타운이 파괴됐다는 미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에 놀랐었다는 것이 디스커버리 코리아 행사에서 확인됐다. 당시 14세이던, 지금은 저명 시인이 된 박이슬씨는 단지 한인 타운이란 말에 너무 놀라 뉴스에 귀 기울었으며 왜 한인이 피해자가 되는지 울분이 치솟아났었다고 말했다. 박이슬씨를 통해 비단 그 뿐 아니라 이를 접했던 한인 2세들이 한인이란 이유만으로 이를 지켜봤고 한인 대변자가 없었다는 것, 경찰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한인사회의 연약함에서 강해야 됨을 배웠다는 것을 최근 재확인했다. 그리고 안도의 숨이 나왔다. 4.29 폭동 발발 14주년을 한 달 앞두고 이를 통해 배운 교훈을 다시 되새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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