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모금행사 취재 막아야 했나

2006-03-28 (화)
크게 작게
지난 주말 퀸즈의 대동연회장에서 한국계와 중국계 인사들이 마련한 「힐러리 연방상원의원 재선 한·중 기금모금행사」에서 취재기자들의 입장을 거부한 사태가 발생했다. 보안요원들이 “개인적인 기금모금 행사이기 때문에 일체의 취재를 금한다”면서 건물 입구의 에스컬레이터에서 기자들의 입장을 막았다는 것이다. 주최측인 「한·중 힐러리의 친구들」은 “사무실에서 취재를 금한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10여명의 한·중 기자들이 항의했으나 입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정치에서 선거직 공무원의 후원 모임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누가 얼마의 돈을 기부했는지 등의 내용은 기자들의 접근이 금지된 비밀사항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오히려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기금모금 행사를 취재 보도케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지도를 일반에게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행사의 주최측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 행사장에서 기자들의 질의, 응답시간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취재기자들의 입장 조차 금지한 사태가 발생했으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힐러리의원에 대한 일부 한인들의 부적절한 기부행위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한 경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계와 중국계 등 아시안 언론에 대한 경시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아시아계 언론을 경시한다
면 그것은 곧 아시안 커뮤니티를 경시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는 매우 심각해 진다.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취재 거부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어야 좋았을 것이다.

한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계에서 기금모금 행사를 개최했다는 것은 힐러리의원이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 거부가 결코 아시안 커뮤니티를 경시해서 취한 조치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힐러리 사무실이 이번 사
태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의 재발 방지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