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을 다루는 사람들

2006-03-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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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목사)

가다 보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푸는 방법으로 ‘놀이’가 있다. 이는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오늘날까지 지속된 하나의 문화양식이고 인간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
한 본능적인 욕구이다.이런 가운데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공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공만 있으면 되는 간편성과 긴장감 해소, 판에 몰두함으로써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일탈성 등이 결합되어
누구나 즐기는 놀이로 정착되었다. 지금 그 공이 스트레스를 더 주고 스트레스를 날리게 하고 있다.

한국은 축구 월드컵의 4강으로 흥분했고, 야구 4강으로 신나했다. 그리고 골프공 때문에 총리가 물러나고 테니스 공 때문에 시장이 힘들어한다.
공은 본래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를 가져다 준다. 공은 작고 가벼운 탁구공, 작지만 단단한 골프공, 부드러운 테니스공, 그리고 배구공, 축구공, 농구공 그리고 길쭉한 럭비공, 가볍지만 큰 공으로 비치볼도 있고 심지어는 포환도 있다.
공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서 외부의 힘에 의하여 여러가지로 움직인다. 공은 단순한 모양이면서 완전한 모양으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모양이다. 또한 어린이가 태내에 있을 때 느끼는 엄마의 뱃속,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연계의 가장 큰 태양 등과 같은 모양이고 정신적으
로는 원만한 인격을 상징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공 이야기 중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농구공, 축구공, 골프공, 야구공이 모여 대장을 뽑기로 했다. 먼저 농구공이 말했다. “공 중에서 내가 제일 크니까 내가 대장이지” 그 말을 들은 축구공이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내 몸은 첨단기술로 만들어졌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대장이
야” 골프공이 나서서 말했다. “첨단기술 좋아하네. 다들 조용히 해. 내가 공중에서 가장 단단하니까 대장을 해야 해” 야구공이 한마디 했다. “야! 다들 웃기지 마. 나는 100 대 1로 싸운 몸이야” 공들이 거짓말 하지 말라며 비웃자 야구공이 말했다. “꿰맨 자국 보고도 몰라?”
공을 다룸에 있어서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뉘는데 프로가 결과를 보고 평가한다면 아마추어는 과정을 가지고 평가하는 세계이다. 이 차이는 프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승부를 전제로 게임을 하지만 아마추어는 승부를 전제로 게임을 하는 세계가 아니다.

건강이나 취미를 위해서 공을 만지는 사람과 이기기 위해서 공을 만지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공을 다루면서 인생을 말하기도 한다. 공을 잡았을 때 공격하고, 안 잡았을 때는 수비를 해야 한다. 공 앞에서 엄격한 훈련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따
라야 할 규범과 의무들, 추구해야 할 가치와 미덕들이 있다. 노력과 용기, 그리고 팀을 위해 희생과 동료선수를 위한 헌신, 때로는 창조적이며 고결함이 있어야 한다.

제임스 패터슨, 베텔스만의 <일기>에서 다섯 공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생은 양손으로 다섯개의 공을 던지고 받는 게임같은 것이란다. 그 다섯개의 공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이야. 우리는 끊임없이 다섯 개의 공을 던지고 받아야 하는데 그 중에서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서 땅에 떨어뜨려도 다시 튀어오르지만 건강, 친구, 가족, 자기 자신이라는 나머지 네개의 공은 유리공이란다. 그래서 한번 떨어뜨리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흠집이 생기거나 금이 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깨져버리지. 그 다섯개의 공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거야!”라고 기록하고 있다.

공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가치를 부여한다. 공을 가지고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가면서 이기적이거나 중독성을 가지고 한탕주의와 곁탁될 때 그 값은 여지없이 떨어지고 만다. 공을 다룰 때는 공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고 넘겨줄 때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처럼 둥근 것을 수없이 만지면서도 황제처럼, 제왕처럼 다룬다면 바람 빠진 공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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