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바꿔! 바꿔!

2006-03-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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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봄이 오니 대자연의 모든 산천초목과 생물들이 겨우내 잠에서깨어나고 여성들의 패션이나 색깔들도 화사하게 바뀌고 있다. 겨울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니 대지의 공기나 바람도 상큼한 봄 내음이 느껴지고 화단에도 어느새 봄꽃들이 소리 없이 봄을 피고 있다. 자연스레 달라지는 이 봄철의 움직임을 보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유독 사람의 마음과 고정관념은 안 변하는 것 같다. 고정관념이나 생활습관 등은 물 건너 미국에 와 몇 십 년을 살아도 거의 변화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서울에서 떠날 때나 20년이 훨씬 지난 오늘에 와서도 똑같은 모습, 똑같은 사고방식, 똑같은 생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많은 사람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변화가 필요할 때 가차 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런 것을 주변이나 친구, 동료들 사이에서 볼 때마다 참 새롭고 달라 보이고 좋아 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다못해 여자의 옷과 머리스타일도 봄과 함께 달라지면 같은 사람도 인물이 달라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가지 스타일, 한 가지 음식, 한 가지 생활습관 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이고 생각이나 사고도 놀라울 만큼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세상을 너무 옹고집으로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아집 때문에 오히려 시대보다 훨씬 뒤떨어진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생애는 100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이다. 안개와 같은 우리네 인생길을 어차피 한번 살다 갈 것이라면 주어진 삶에 무한한 변화를 주며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세기를 지나온 1세들은 사실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생활과 문화의 변화를 체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조국을 떠나서 생소한 미국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에 잘 적응하거나 변화자체를 즐기면서 산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나 자신보다도 빠르게 변하는 주위환경이나 잘 적응하는 자녀들의 뒤를 따라가기에 신경을 쓰며 살아온 게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너무 쉬운 예지만 자전거를 배운다든가. 스키를 탄다든가 할 때 운동하는 탈 것과 같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것처럼 우리도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고 오히려 변화를 즐겨야 하는 생활이 되어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유행을 쫓아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이웃이나 자녀들과 더불어 고정관념이나 생활의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살면서 하다못해 외식을 할 경우에도 평생을 한국식만 찾는 이들이 있다. 한국식당 주인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양식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여려 나라들의 식당도 가끔 방문해서 새로운 메뉴들을 찾아보는 모험도 또 하나 생활에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하물며 우리는 외국 식당가기도 주저하는데 만일 내가 타민족 사위나 며느리를 맞는다고 하면 과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에게 부터 자문을 해보자. 아마 쉽게 답이 안 나올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 지구촌시대가 도래했다. 곧 초고속 비행시대가 도래해 6시간이면 한국을 오가고, 12시간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그런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는 다음 세대에서는 골동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변화를 우리는 과감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얼마 전 미식축구에서 스타로 선발된 혼혈선수 하인즈 워드의 쾌거를 보면서 한국에서 함께 살았던 혼혈아들의 부당한 아픔을 돌아볼 때 부끄러운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생활습관들이 편견일 수도 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어차피 세상은 무상한 것이고 끈임 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것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바람직한 생활자세가 아닐까. 한국에서 유행하던 노랫말처럼 바꿔!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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