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진정한 웰빙

2006-03-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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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요즘엔 ‘웰빙 제품’ 아니면 팔리지가 않아요. 솔직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닌가요?” 최근 한인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웰빙 마케팅의 단면을 한 회사의 홍보 담당자는 이렇게 전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 단어가 해석하기 나름인 만큼 적당히 둘러대면 웰빙 제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인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웰빙 상품들로 넘쳐나고 있다. 먹거리는 물론 가전제품,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웰빙이 화두로 활용되고 있다.
웬만한 한인 상점 어디를 가나 ‘웰빙’이란 단어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그야말로 자칭 ‘웰빙’인 제품들도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판매돼오던 기능성 화장품이 웰빙 화장품으로, 생과일 주스가 웰빙 주스로, 음이온 가전제품이 웰빙 가전으로 수식어만 바꿔 달은 제품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제품의 성능이나 성분 면에서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적당히 몸에 좋고 편하게 해주는 상품이 될 만하다 싶으면 포장만 살짝 바꿔 웰빙 상품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업체들의 행태에는 사실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없진 않다.
‘웰빙’이란 수식어가 붙은 상품에만 달려드는 소비자들의 행동이 업소들로 하여금 웰빙 마케팅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웰빙 바람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물질적 풍요보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정신적 여유를 누리자는 진정한 웰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게 아닐까.

정신적 풍요로움이 함께 추구되지 않은 몸만 편한 웰빙은 ‘건강’이란 가면을 쓴 물질주의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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