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국 야구, 아쉽지만 잘했다

2006-03-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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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뿐 아니라 한인사회에서 또 한번 “대~한민국” 함성을 외치게 한 한국 야구가 세계 패권의 문턱에서 아깝게 꿈을 접었다. 한국은 18일 샌디에고에서 열린 일본과의 3차전에서 안타깝게도 패배, 결승 진출의 기회를 잃었다. 그러나 야구 강국인 일본을 두 번이나 이겼고 야구 종
주국인 미국을 꺾은 한국팀의 성과는 한국 야구를 세계 강자의 대열에 올려놓았고 국위를 크게 선양한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국가 대항전으로는 처음 열린 이번 WBC 야구대회는 한국에 2002년 월드컵 축구의 감격을 다시 한 번 가져다 주었다. 당시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대표팀이 16강, 8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했다. 이 성과로 한국은 감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세계인들이 크게 놀랐다. 월드컵 야구에 해당하는 이번 야구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으나 실제로 일본을 두 번이나 이겼고 미국까지 이김으로써 한국 야구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야구는 1905년 미국인 선교사가 평양 숭실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르친 이후 금년으로 꼭 100년이 넘었다. 1910년 YMCA 야구단이 처음 생겼으나 실업팀의 역사는 이제 겨우 24년에 불과하다. 더우기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축구에 밀려 야구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야구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월드컵 축구 때 한국인을 단결시켰고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붉은 악마」의 응원 열기가 이번에 재현된 것도 또 하나의 성과이다. 이번에는 파란 티셔츠를 입은 「푸른 도깨비」가 한국에서 도심을 메웠다. 미국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과 LA 등지에서는 한인 인파가
한국 야구를 열렬히 응원했다.

이번 야구대회와 같은 국가 대항 스포츠경기는 응원을 통해 국민들의 애국심과 단결심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단순한 운동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포츠경기의 승리는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희망을 준다. 그러므로 한국 야구의 이번 성과는 너무도 크
다. 이번 WBC 야구대회를 계기로 한국 야구가 축구와 더불어 국민적 사랑을 듬뿍 받는 스포츠로 무궁한 발전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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