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2006-03-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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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한인사회에 각종 사기사건이 터질 때마다 필자는 이런 말을 한다. ‘속일려면 주류사회 미국인을 속여봐라. 그러면 인정해 주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민생활이 일천 관행을 잘 모르는 한인들을 속이고 있는 것은 한탕주의에 정신이 팔리고 욕심이 생겨 일하기가 싫어서 저지르는 파
렴치한 범행일 뿐이다.

1. 지난해 뉴저지에 있는 자동차 딜러샵을 하던 사람이 많은 한인들로부터 차값을 받고 타이틀(명예)을 이전해 주지 않은 일이나, 융자액이 남은 차를 매매하면서 매수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불입하지 않고 상당한 거액을 거머쥐고 줄행랑을 쳐 한인사회가 시끄러웠던 사건을 보았다.


2.퀸즈에서 의류점을 하던 최모씨는 외국은행으로부터 신용융자(10만달러)를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은행으로부터 할부금 불입을 독촉하는 청천벽력같은 서류를 받았다. 수속 브로커 사무실은 이미 철수되었고 직원 모두 잠적해 버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변제하고 있다는 기막힌
사연을 들었다.

3. 네일가게나 세탁소에서 열심히 기술을 가르쳐 이제 도움이 좀 되겠구나 싶으면 바로 인근에 가게를 신설하거나 인수하여 속터지게 하는 일, 한인을 채용, 몇일만에 거래처 외상값을 수금하러 보냈더니 회수 후 오지 않고 잠적해버린 일도 있다.

4. 한인운영 델리 저녁 캐셔 한인직원이 매일 일정금액을 삥땅(빼돌림), 매월 기천달러씩 한국으로 송금한 사실을 들은 적도 있다. 또한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이 맡겨놓은 예치금을 자기 돈인 것마냥 주식거래를 하다가 많은 돈을 손해본 일이나, 아예 송두리채 예치금을 인출, 잠적해
버려 회사나 고객 양쪽 다 황당한 경우도 종종 듣는다.
그 뿐인가. 은행 직원이 인터넷을 통해 타행에 구좌를 신설, 실제 예금 없이 인터넷으로 거액을 송금처리한 후 신설한 타행 구좌에서 인출 도주한 사례도 왕왕 볼 수 있다.

한국은 종전에 각 모임단체나 선거 독려 핵심당원(관리장)에 음성적으로 선거자금을 전달, 유권자 회유에 혈안이 되고 있을 때 이들은 선거자금 일부를 전달하고 거액을 꿀꺽해버려 기대했던 지역의 표가 나오지 않아 당락 후보간에 푸념으로 회자되고 했던 비유가 “고양이한테 생선 맡
긴 격”이란 말들을 했다.

3. 그런데 지난 2월 24일 밤, 모 일간지 편집국 관계자들과 야당인 한나라당 지도부 인사들이 모 음식점에서 회식을 했는데 회식업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발단은 술에 취한 야당 의원이 동아일보 여기자를 껴안고 가슴을 만졌다고 해서 지금 정가는 벌집 쑤시듯 진흙탕 싸움으로 야단법석이다.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이 누군가? 20년간 검사생활을 하다가 3회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 중앙당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렇게 화려한 최의원이 자기 지역구(강원동해.삼척)의 성폭행 상담소 이사 직함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긴 격”이라고 여겨져 아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성추행은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범죄행위임을 알텐데 혹시 의원이란 직 때문에 과신한 것이 아닐런지... 성폭행 여기자를 음식점 주인인줄로 알았다고 변명한 것을 보면 인격과 도덕적 양심은 물론 위선자로 보이며,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가 78.3% 나왔다. 만약 본인
이 의원직을 버티더라도 야당이 발의해서 신속히 제명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한 번 더 변명 기회가 오면 이젠 음식점 종업원인 줄 알았다고 하겠지. 이에 야당대표(여성)는 이렇게 당에 치명적인 화염병을 던질 바에야 차라리 나한테 그런 행동을 하지, 하고 속타는 심정을 속으로 삭히면서 혼자말을 했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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