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는 무엇하는 곳인가

2006-03-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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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지난달 뉴욕한인회는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를 단독으로 주최, 주관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원래 이 행사는 뉴욕한국일보가 입안하고 계획했던 것으로 안다.
내가 1971년 유학생으로 미국에 온 후 제일 먼저 접해본 것이 코리안 퍼레이드였다. 그 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그랜드 마샬이 되어 뉴욕시내를 행진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 당시 뉴저지 시튼홀대학의 장병혜 교수(장택상씨의 영애)가 많은 애를 써서 많은 한국계 기업체가 참가하는데 일조했다.


영어라고는 ‘굿모닝’밖에 몰랐던 마산 촌놈에게 전기불이 번쩍거리는 뉴욕시에서 같은 한국인이 한국을 알리는 큰 행사를 보게 되는 감동이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들도 그랬으리라. 그 때 나는 우리도 단결하고 힘을 합치면 무언가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삼복식당(그 당시 뉴욕의 한국식당은 맨하탄의 삼복, 우리, 아리랑이 전부였다)에서 만났던 한 여성이 한 말 - “나는 한국인이 제일 좋아요”

이렇게 뉴욕한국일보가 해오던 코리안 퍼레이드를 뉴욕한인회가 일방적 통고를 통한 행사 독자 개최를 주장한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뉴욕한인회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넌센스이다. 뉴욕한국일보는 이런 결정에 할 말도 많았겠지만 신문사이니까 또 뭐라고 하면 한인들에게 무슨 마찰로 보일까봐 할 말도 다 못하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3월 14일자 신문에 보니 뉴욕한국일보가 이미 신청해 놓은 코리안 퍼레이드와 야외장터 행사를 뉴욕한인회가 중복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날짜도 일주일이나 먼저 하는 것으로 하고.

뉴욕시의 담당 부서는 지금까지 이런 예가 없어서 한달간 유예기간을 주면서 두 군데가 아닌 한 군데로 통합하여 신청하라고 했다고 알고 있다.
그 결정이야 당연한 것인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망신인가 말이다. 가뜩이나 줄기세포, 매춘사건으로 엉망진창이 된 마당에 또 이런 것까지... 한인사회의 단합을 도모해야 할 곳에서 그 반대의 일을 하다니.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 그간 애써온 많은 단체, 개인을. 특히 나는 뉴욕시의 한인봉사단체, 직능단체와 자원봉사자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밥이 생기는가, 떡이 생기는가, 오로지 조국 사랑, 민족 사랑, 동포 사랑 하나만 가지고 없는 돈, 없는 시간 써가며 노력해온 것을.

혹자는 코리안 퍼레이드란 행사에 어느 특정 신문사가 개입되면 안된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건 또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뉴욕한국일보는 신문사이기 때문에 행사의 홍보, 기획, 재정지원 등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25년간을 우리에게 가장 큰 행사로 잘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행사가 잘 되는데 한국일보가 하는 것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왜 한국인이 이런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는지 서글플 뿐이다.

대인과 소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타난다. 전자는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후자는 변명만 한다. 그래서 더 큰 나락으로 빠진다.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다. 개인이건, 단체이건, 대인은 그것을 깨닫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힘들고 또 매춘인가 뭣 때문에 공식으로 미정부로부터 인신매매 근거지 운운하며 말 못할 수치심에 떨고 있는 동포들은 매일 매일이 괴롭다.

뉴욕한인회는 이런 중대사를 위해 우리 동포가 덜 괴롭도록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매춘이라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고, 또 그와 유사한 일에 노력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 때 진정으로 사랑받는 한인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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