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장례상(葬禮像)

2006-03-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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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서 목사가 “천당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시오” 하니까 참석자 모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곧 이어 “지금 당장 천당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시오” 하니까 이번에는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모두 사후 천당보다는 고뇌로 가득 찼다는 이 세상이 더 좋고 아울러 이 세상에서 오래 살고싶지 죽기 싫다는 뜻이다. 하기야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당이나 극락세계가 있다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뭇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어 조금이
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위안을 주고 그 댓가를 떳떳하게 받아내는 것이 이 세상의 종교들이다.

우리가 화제 삼는 천당이나 극락세계는 상상의 산물로서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며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서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아울러 우리의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맞아야 된다.이신론자(理神論者:Deist)였던 Issac Newton에 의하면 탁상시계가 일정하게 재깍재깍 움직이다가 그 감겨진 태엽이 다하면 그 기능을 잃듯이 인간도 태어날 때 하나님으로부터 일정하게 부여받은 각자의 프로그램(운명/숙제)이 다하게 되는 날 죽는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은 인간 각자
에게 일정한 운명(숙제)을 줘서 태어나게만 하고 일단 사람이 탄생되면 하나님의 간섭 없이 주어진 각자의 운명에 따라 산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는 시간도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각자가 부여받은 운명(숙제)이 다할 때까지 살게 된다.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것은 길던지 짧던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덕(德)을 쌓아 자기의 운명(숙제)을 성실하게 다하며 죽음을 맞는 것 뿐이다.


그럴 바에는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하고 그 영결을 인간적 슬픔과 아쉬움 가운데서 엄숙하고 경건하게만 거행할 것이 아니라 그 후반에는 하나의 즐거운 송별 잔치로 승화시켜야 좋다.
영결을 당하는 입장에서만 보면 슬프고 아쉽지만 고인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는 이 세상의 숙제(운명/프로그램)를 완수하고 하나님께 돌아가는 영광을 부여받은 것이니까 고인에게 인정(슬픔과 아쉬움)을 나타낸 다음에는 마음껏 축하해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천수를 다한 사람의 영결은 전반에는 슬픔과 아쉬움 가운데 영결 의식을 거행하고 후반에는 성대한 축하의 잔치를 벌려 환희의 송가를 우렁차게 불러줘야 한다(다만 자살한 사람은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운명을 미완성 했으므로 전반부 의식만 거행한다).
인간의 죽음은 종말이면서 새로운 시작이다. 시험 준비를 잘 한 수험생은 그 시험 결과에 아주 담담하다. 그와 같이 이 세상을 올바르고 성실하게 산 사람이라면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인간의 죽음에는 인간으로서의 슬픔과 아쉬움의 의식과 축하와 환희의 잔치가 함께
순행돼야 한다. 앞으로 죽음을 맞거나 장례식에는 모든 사람들이 환갑 잔치 가는 것 이상의 즐겁고 부러운 마음으로 가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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