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급하게 행동하지 말자

2006-03-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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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3월5일 일어난 억울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절도범을 쫓다 오히려 그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상태로 사망한 한인의 소식이 신문지상으로 알려진 바 있다.
라틴계 절도범 3명은 이날 오후 5시 경 램파트 불러버드 샤핑 몰 내의 한인이 운영하는 디스카운트 상점에 들어가 스프레이 페인트 캔을 훔쳐 달아나다 뒤를 쫓아오던 상점 주인인 한인을 폭행해 쓰러트린 뒤 달아났다.
상점 주인은 폭행을 당해 쓰러질 때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산소 호흡기를 제거 했다고 한다.

나이 58세의 숨진 권씨는 20여 년 전 미국에 들어와 전기배선공으로 열심히 일하다 약 3년 전에 이 업소를 운영하며 성실히 살아왔다고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들이 있다. 안전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곳이나 사람이 뜸한 시간에 장사를 하고 있는 상점 주인들은 이번 권씨의 사망을 거울삼아 매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급하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
주인들은 도둑이 들어와 작은 물건 하나라도 갖고 달아날 때 절대 서둘러 따라나서지 말아야 한다. 따라 나설 시 혼자가 아닐 때는 조금은 낫지만 만에 하나 혼자 따라나섰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권씨의 경우는 봉변이 아니라 귀중한 목숨을 잃게 되는 참
변을 당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잘 안 된다 함은 도둑을 보고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다는 얘기다. 도둑을 잡으려던 권씨의 경우, 스프레이 페인트 캔 하나와 목숨을 바꿀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평소에 마음을 잡아 수련을 쌓아 두어야 한다. 그 마음 수련이란, 도둑이 들어도 그냥 못 본채
할 수 있는 아량과 약간의 어리석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한참은 바보스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생명엔 지장이 없다.
‘한참은 바보스런 사람이 되어야 도둑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그러면 귀중한 생명은 잃을 염려가 없다’ 말은 좋다. 그러나 이것도 하기는 쉽지가 않다.

도둑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데 어떻게 벌겋게 눈을 뜨고 그냥 두고만 볼 수 있겠는가. 속을 파 뒤집어엎어도 그걸 잡아야지 그냥 놔두지 못하는 게 한국 사람들의 심성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참지 못하는 성질 하나에 귀중한 자신의 목숨이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함이 권씨의 사고를 통해 간접 경험되어져야 한다.
가끔 도둑이나 강도와 결투하여, 도둑이나 강도를 잡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 오곤
한다.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야 한다. 돈 몇 푼에 자신의 목숨을 잃는 예는
얼마든지 있기에 그렇다.
생명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야 없겠다. 자신의 생명은 하나밖에 없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문제는
평소 늘 생각하던 것과 막상 당할 때 되어지는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는데 있다.
사람의 템포, 즉 급한 성질에 의해 나타나지는 행동은 자신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 있
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권씨의 경우만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 사이의 다툼과 부모와 자식사이의 언쟁에서도 템포, 즉 성질은 죽여야만 한다. 자칫 자기도 알지 못하는 성질로 인해 나간 쌍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평생 후회해도 소용없는 막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그렇다. 유난히 한국 사람들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경우를 흔히 본다. 좋게 말해서 의협심이라 할까.

의협심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급한 행동이나 성질로 나타날 때는 다른 것으로 변해버린다. 작은 것 하나 잃지 않으려다 귀한 목숨을 잃어버린다면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무엇이 먼저 되어져야 하는가. 혹은 무엇을 먼저 행동해야 하는가. 먼저 할 일과 나중 할 일, 혹은 해야 할 일
과 하지 말아야 할일의 순을 잘 알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지혜롭다. 좀 손해 보더라도 어리숙하게, 혹은 바보 같은 모습의 지혜로움으로 위기 때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이 되어야겠다. 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숙고해보자. 그렇게 하므로 또 다시 귀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억울한 경우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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