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카피맨’(copy man)의 여유

2006-03-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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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준(취재2부 기자)

벌써 봄의 계절인 3월이 시작 된지도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한인 경제는 봄의 기운을 느낄 여유가 없는 것 같다.작년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시작된 불경기는 해를 넘기고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한인 업소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업주들의 주름을 더욱 늘어나게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는 폐업하는 업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유흥업소에서도 밤마다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통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들어 최저임금과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됐으며 대형 식품 업소에 종사하는 종업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는 법안이 제정되는 등 경영환경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가 더욱 필요하다.
퀸즈의 한 한인델리업소에서는 캐더링 사업을 시작해 요즘 같은 불황에 짭짭한 재미를 보고 있다.작게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단위의 모임에 이르는 캐더링 사업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고 있으며 매장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맨하탄에서 델리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는 장사가 잘 된다고 소문난 업소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 그 업소만의 특징과 장점을 살핀 후 자신의 업소에 벤치마킹한다.


“요즘 모두 불경기라고들 하지만 저희 업소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불황을 느낄 틈이 없다”며 “장사가 잘되는 업소의 특징들만 모아서 따라하다 보니 제 별명이 어느 새 ‘카피맨’(copyman)이 다 돼 버렸다”며 웃는 업주의 얼굴에는 불황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로 자신감이 잔뜩 묻어있다.
‘남만큼 해서는 남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의 진리가 새삼 가슴속에 와 닿는다.즉, 남과는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 차별화된 마케팅, 한발 앞서는 실천력 등으로 무장한 채 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한인들에게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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