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도에 띄우는 편지

2006-03-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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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맨하탄)

본인은 미국 이민생활 30여년 되는 교포로, 지난 2월 17일자 한국일보 사회면에 실린 <독도
‘이웃사촌’ 생긴다>를 읽고 매우 감개무량했다. 김성도씨 부부와 시인 편부경 선생께 축하와
함께 감사를 드리며 그 분들의 독도 정착에 길을 열어준 해당 정부기관에도 감사 드린다.
뉴욕에서 6.25 53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오전 11시가 넘어 외출하느라 라디오를 끄려고 하는데
마침 어떤 대 공영방송 호스트가 동남아 정세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동란에 대한 좌담을 시작하
고 있지 않은가. 나는 반가운 마음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대충 들리는 말인 즉, 한국전쟁은 김일성의 침략으로 발단했는데 3년 후에 휴전선으로 그어진
한반도의 38선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이 지구상에서 가장 험악하고 유일한 분단지로 남아 있
으며, 그 아들 김정일의 북한은 현재 최소 두 세개의 핵폭탄을 소유한 것으로 추측되며 그의
핵 확산을 제지시키지 않으면 동남아 내지 세계 안변에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등등... 사실, 그 내용이 틀리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한반도 특유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정세를 겉핥기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해 왔다.

마침 그 때 그 호스트가 말하기를 청취자들의 전화를 환영한다며 번호를 대주었다. 나는 어떤 박식한 교포가 전화 좀 해서 시원하게 우리 입장을 설명해 주었으면 했는데, 곧 이 프로그램이 끝날 것이라 생각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집어들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돌렸다.
나의 전화 신호가 계속 울리는 소리와 내 가슴이 컹컹 뛰기 시작하면서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하겠다고 이러지? 하고 전화를 포기하려고 할 때 어떤 조용한 남자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물으면 연결되었으니 시작하라고 하지 않는가. 그 말에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하는 동시 갑자기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아마도 수호신이 급히 임해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의 코리안 아메리칸인데 지금 미국 청취자들 중에 한반도의 38선은 한국동란 때 생긴 것이 아니고, 전쟁이 발발하기 5년 전 미국측에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분단선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억압되어 있다가 2차대전 후 일본이 철수할 때 미국은 한국 대표의 한 사람도 개입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반도를 갈라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38선이었다.

일본은 옛날부터 조선을 침략하고 우리 문화재를 약탈해서 일본이름으로 명명해 놓고 자기들 고유물이라고 공표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곤 했다. 또한 우리 동해를 ‘일본해’라 명기하고 우리 영해에 있는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자기네들 섬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대대적으로 이슈화 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대략의 플로트늄을 축적해 왔고 언제라도 다량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남한은 투철한 민주국가로 성장해 왔고 미국의 성실한 우방국으로 이바지 해 왔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의 길을 도모하고 기여해 주어야 할 도덕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 묘한 눈물이 왈칵 솟았다. 아마도 타향살이에서 백발이 무성해지니 고국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나 보다.
한편 엑센트 다른 영어로 두서없게 들렸을 나의 호소를 끝까지 들어준 그 호스트가 무한히 고마웠고 이 소시민의 목소리가 고전파를 탈 수 있었던 미국의 민주사회도 고마웠다.
대한민국의 독도여, 이제 한민족의 한없던 눈물로 천년 기다려준 그대의 이끼 덮힌 얼굴 씻게 되었으니 그대의 찬란한 등대불로 백두산봉 한라산까지 밝게 밝게 비춰주고 김씨 부부, 천부경 시인, 그리고 그대 찾아주는 모든 애국자들 신의 축복 받으며 건강 무궁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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