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리더십

2006-03-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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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이맘 때면 한인사회 여러 단체의 회장 선출을 앞두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회장이라는 자리가 흔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모인 곳은 누군가가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되고 그 역할에 따라 단체의 성격과 위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회장은 중요하다.
지도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라지듯이 한인사회의 각 단체도 마찬가지다.한때는 회장 감투를 쓰기 위해 협회나 단체내에서 서로 경합을 벌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불경기 탓인지 서로 마다하는 자리가 된 듯하다.
언론에 있다보니 지금껏 여러 타입의 회장들을 만나봤다. 이 구별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포괄적인 것이니까, 지레 찔리는 회장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유형이 자기 과시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대인관계와 일을 처리한다. 한인사회에서 회장의 역할이 남에게 군림한다기보다는 봉사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경우다. 가끔 단체의 목적보다는 자신의 실리나 명분에 집착해 큰 사고
를 치기도 한다.
둘째, 현실 안주형이다. 전체적인 단체의 활성화보다는 큰 사고없이 임기를 마치자는 식이다.
마지못해 회장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은근히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런 단체는 큰 문제는 없지만 성장은 드딘 편이다.
셋째, 무책임형이다. 마음이 조변석개라 처음에는 열심히 하는듯 하다 어느 순간 시들해지면 나몰라라하는 사람이다. 단체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한 타입이다.어느 단체든, 회장이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같은 사람을 놓고 서로 평가가 다르듯이.

그러나 가끔 저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회장들도 만나봤다. 개인적인 친소를 떠나 단체를 잘 이끌었던 그들은 단체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사람들이다. 겸손할 때는 겸손하고,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일 수 있었던 자신감은 다름아닌 그 목표가 구성원들에게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세상사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을 낮추면 오히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어떤 정신과 의사가 한인사회의 회장에 대한 심리 분석과 함께, ‘최선을 고르는 것이 아닌 최악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일반인이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회장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1)과거에 여러 사람과 말썽을 일으킨 사람 2)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3)심한 열등의식으로 보상심리에서 남앞에 나서려는 사람 4)비즈니스 광고를 위해 모임을 이용하려는 사람 등을 꼽았다.
흠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남들앞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때는 최소한 위의 사항에 유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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