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국호(號) 어디로 가고 있나

2006-03-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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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년 전 9.11 이후 테러 방지라는 명목 하에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화려한 취임식을 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 국내의 안정은 커녕, 이라크의 민주화, 평화, 발전은 요원한 상태다. 납세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매년 이라크 전쟁에 2000억 달러씩 쏟아 붓고 있고 이 전쟁에서 미국은 그동안 2,500명에 달하는 귀중한 병사들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아직도 15만명의 미
군이 현지에 파병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자주민주, 민생복리 증진기미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오히려 내부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금을 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만한 거금을 소모시키고 있음에도 아무런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안전제일과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미
국이 전쟁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거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전쟁을 미국은 계속하자니 자국의 손실이 너무 크고 또 세계로부터의 지탄을 면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손을 떼자니 국내의 안보문제가 걱정이 돼 이래저래 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말려들다 보면 미국은 25년이나 끌다 패망한 종전의 월남전 때 보다 더 희생이
클 런지도 모른다. 아랍권은 50여 종족에다 종교가 얽혀있어 전쟁을 할 경우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가 없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이 전쟁과 맞물려 국내의 재정문제가 말이 아니다. 연방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와 무역 역조로 정부는 늘어나는 실업자를 더 구제해야 할 입장이고 고용이 창출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탄식소리가 전보다 더 요란하다. 가뜩이나 국내
생산 공장이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지고 있는데다 국민이 낸 세금까지 엉뚱한 전쟁터로 빠져나가다 보니 재투자가 되지 않아 실업률이 해소되지 않고 고용창출도 말처럼 되지 않는다. 자연히 국민들이 너도 나도 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결과적으로 이는 국내 교육이나 노인 복지, 의료보험 외에 모든 사회 복지에 대해 염두에 둘 수 없게 만들었다.


부시 행정부는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넘겨받은 5,000억 달러를 다 쓰고도 지금 6,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앉아 국채발행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이 많은 빚을 나라가 갚고 모든 수입과 지출이 균형 있게 될 것인가. 그러다보니 개인의 크레딧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교육비를 포함, 교통, 의료, 보험료가 점점 더 올라가 어떤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미 동부의 6개 항만 운영권을 둘러싸고 아랍 에미레트 회사가 깊숙이 개입, 아랍권으로 넘어갈 우려마저 있어 더욱 걱정이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아랍권에 넘어가게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안보문제에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을 비롯, 주요항만을 툭하면 테러를 일삼는 아랍권에 내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공화, 민주 양당을 떠나 대국적 차원에서 국민의 이 답답함과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정책과 수립자는 누구인지 기다려질 뿐이다.
한 나라의 부강과 평화, 그리고 안정은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얼마나 국가를 잘 이끄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도자가 나라를 잘 수행할 경우 나라가 살고 국제적으로도 안정되고 평화가 도래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상하원이 머리를 모아 전후좌우 돌아가는 모든 정책을 신중히 결정해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부시 부자(父子)의 경우 아버지가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을 치더니 아들도 옆 나라인 이라크를 쳐서 개스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온 국민이 고통을 당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때문에 요즘 부시 대통령의 신뢰도와 인기는 약 10포인트씩 떨어질 만큼 재임 중
사상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능력 있는 지도력이 아쉬울 뿐이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1929년 경제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으로 나라를 경제적 곤경에서 구했으며 또 하버트 후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5개주의 도로, 항만, 댐 건설로 고용을 창출하고 식수와 공업용수를 해결했다.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들의 지도력을 지금의 부시에게 기대하는 것은 너무 때늦은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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