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부부 싸움’

2006-02-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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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부부싸움 끝에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지금부터 내 편 들어주는 거지?” 사연을 묻는 우리 부부에게 친구는 못을 박았다.
원인은 들어보나 마나 시시할 게 뻔하다. 남편이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놓았다든지 치약 뚜껑을 안 덮었다든지… 아니나 다를까 그렇고 그런 발단으로 시작된 싸움 끝에 친구는 집을 나왔는데 한참을 운전하다보니 정작 갈 데도 없고 자기가 퍼부을 때 아무 말 않고 있던 남편이 불쌍한 생각도 들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고 했다.
남편이 대문 밖까지 따라나왔었을 지도 몰라… “돌아가서 문을 따고 집엘 들어갔지요.” 그러나 정작 집에 가보니 남편은 아까 싸우던 리빙룸의 바로 그 소파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디리링 디리링 평화로운 소리로 코까지 골고 있더라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땅콩을 까먹었는지 껍질만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어찌나 화가 치밀던지…”
여자들은 부부싸움 할 때 남편이 정말로 자기들 얘기를 듣고 있는 줄로 착각하는게 우스워서 나는 몰래 조금 웃었다. 그들은 오래된 영국 속담을 아직 모르나보다. <남편이 당신 얘기에 귀 기울이기를 원한다면 잠꼬대로 말하라>
하여간 그 친구가 아내와 남자 흉을 보는 사이, 나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그 남편에게 부인의 행방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이미 손장법사 마냥 모든 상황을 꿰고 있었다. “거기 갔겠죠, 뭐. 우리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이나 구경합시다. 허허허…”
결혼할 나이가 된 한 여자가 신문에 광고를 냈다. ‘남편 구함’ 이튿날 수백 통의 답장이 이 아가씨 집으로 배달되었는데 내용이 한결 같았다. ‘제발 제 남편으로 좀 가져가 주실래요?’
역시 영국 속담 한 가지 더! ‘다른 여자가 내 남편을 가로챘을 때 최고의 복수는 그녀에게 남편을 영원히 처맡기는 일이다’
미혼자들은 이같은 넋두리를 들으며 ‘그러면서 대체 왜들 결혼을 하는거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 출신의 극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결혼이란 상상력이 지성과 싸워 이긴 승리의 결과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쪽에서만 불만이 있는 줄 안다면 오산! 하루는 아들이 아빠에게 물었다. “결혼에는 비용이 얼마나 들지요?” 아빠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빠는 지금까지도 그 비용을 계속해서 대고 있는 중이거든.”
한 사나이가 친구에게 자랑했다. “으흠, 내 아내는 천사일세.”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대꾸했다. “자네는 정말 행운아일세. 내 마누라는 여태도 살아있지 뭔가.”
내 친구 하나는 얼마 전 와이프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한밤중에 목소리 쫙 깔고 나한테, 여보 나 좀 봐요-- 이러는 거야.” 친구는 무조건 그 자리에 엎드려 빌었다. “미안해!” 그러나 이것이 화근. “말로 화풀이 할 시간을 좀 줬어야 하는데 내가 바로 미안하다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안 풀린거지. ‘쏘리’에도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구.”
남편 때문에 평생 속을 썩여온 부인이 하나님께 드린 기도는 이렇다. ‘하나님, 제게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아니, 남자라는 종족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참아내는 지혜를 허락하시옵소서. 그러나 저에게 강건함은 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강건함으로 제가 남편을 결국 때려 눕혀버릴 것만 같으니 말입니다. 아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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