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편함과 편리함의 조화

2006-02-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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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최근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기관들이 늘고 있다.
시민권이민국(USCIS),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 뉴욕시 소비자국(DCA) 등은 각종 언어로 정보 책자를 발간하고 있고 웹사이트에서 한국어 등 소수계 언어로 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각종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직원들이 제작하는
정보 책자는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정확해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그러나 웹사이트들은 아직까지 문제점이 많다. 웹사이트는 한국어 전문 번역자를 고용해야하는 문제점이 발생, 번역서비스로 대처하는 사이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단어 자체로만 번역, 문장에 전혀 맞
지 없는 어휘가 사용되어 내용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한 예가 많다. 일례로 지난 1월초 개설된 DCA의 번역서비스를 이용, 한국어로 번역된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뉴욕에 뚝을 쌓으십시오: 애플 큰 캠페인(Bank on New York: Big Apple Campaign)’과 ‘무슨 담배 소매상인이 아는 것을 필요로 하는(What Tobacco Retail need to know)’ 등의 웃기는 표현이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DCA의 대민담당과 통화해본 결과 이들은 이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시간 가량의 통화 끝에 DCA 직원은 현재 여러 번역 시스템을 테스트 해보고 있어 이같은 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교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주가 지난후 결국 번역서비스는 폐쇄됐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웹사이트는 DCA 뿐이 아니다. MTA도 비슷한 번역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MTA 웹사이트의 본 웹사이트와 번역된 웹사이트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Strike Report(파업 현황)’는 ‘타격보고’로 ‘If you see something, Say something(수상한 것을 본다면 신고하십시오)는 ‘너가 무언가를 보면, 할말 무언가’로 번역하고 있다.
DCA 웹사이트의 번역 서비스와 관련 취재시, DCA의 대민담당은 이같이 말했다. “웹사이트 번역 서비스 개설 이유는 이민자들이 보다 쉽게 소비자 관련 정보를 얻고, 문제 발생 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뉴욕시 정부는 뉴욕시내 모든 외국인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고 언어 문제로 인해 오늘과 같은 문제를 수없이 거듬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다소 무성의하게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DCA웹사이트 개설시 아무런 불평도 없이 DCA측은 번역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서는 가끔 자신이 나서야 할 때가 있다. 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서 문제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한번의 지적으로 오랜 기간의 편리함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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