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견과 국제결혼

2006-02-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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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지난 2월 21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린 <국제결혼이라는 주홍글씨>를 읽고 이 글의 아름다운 결론에 몇자 더 사족을 달고자 한다.
그 글 속에는 “한국식품점에 남편과 갔을 때 불쾌한 표정으로 두번, 세번 훑어보는 사람, 교회에서 받는 상처도 커요... 해 가며 봉사해도 임원-장로-권사 뽑을 때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일 아픈 건 부모형제에게서 받는 배신감이지요. 가족을 초청해서 먹고 살만하게 되면 딸, 누이가 국제결혼한 게 수치스럽다고...”.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놀라기도 하였지만 어찌하여 이 지경까지인가 하고 우리 자신에 너무 실망하였다.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의 생각이지만 우리 인간이 가진 많은 악 중에서도 편견이라는 악이 으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특히 여자의 경우 눈-코-입의 단순한 배치가 우리 맘에 안 든다고 못생겼느니 하며 구박하고(내겐 생각을 하게 하여 좋기만 하던데-진정으로), 또 뭐 뚱뚱하다느니, 또, 또 벼라별 신체구조상의 ‘이상한’ 것을 들춰내어 괄세하고.... 그 뿐 아니라 남녀를 떠나 학력, 집안, 물질의 소유 여부 등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것을 기준삼아 차별하고.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래야만 되는가 하고 절망하는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인스 워드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간 얼마나 많이 울었으며 상처를 받았겠는가 하고. 내겐 그 녀의 얼굴이 미스코리아 보다 몇배 더 아름다웠다.


“김선생님, 너무나 장하십니다. 선생님의 뒤에는 우리 모두가 있어요. 힘 내세요”
우리는 언제까지 타인이 나와 틀리다고 아무런 이유없이 괄세하고 상처를 줄 것인가. 그러고도 우리가 인간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해봐야 할 것이다. 도대체 인물-학력-돈-권력-명예-나이 등등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이런 것을 가진 자들 중에 추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 한국에.
진짜 문제삼아야 할 것은 인간 자신과 그가 가진 진실일 것이다. 이 진실이란 무엇인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어머니, 정직한 사람, 깨끗한 사람, 인간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진실로 모든 사람은 똑같다는 깨달음에 이른 사람 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제결혼 한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국제결혼이란 말 자체가 한국이란 이상한 나라에서 지어낸, 한국사회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말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들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많은 분들은 그대들을 아무 편견, 선입견 없이, 조금도 달리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왜 그런가 하고 묻는다면 국제결혼 자체가 편견, 선입견이 게재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대들의 희생, 객지-머나먼 타향에서 보낸 인고의 세월을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모르긴 해도 우리 사회 어느 집단보다도 더 많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그대들일 것이다.우리 모두가 이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며 서로가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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