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6-0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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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지난 2003년부터 논의됐던 한영 이원언어 학교 설립 추진이 드디어 희미한 가능성의 불빛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한 초등학교에서 긍정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는데다 최근 뉴욕시 교육청도 올 가을 ‘동서 국제학 학교(East-West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설립까지 공식 발표하면서 공립학교내 한국어 정규교육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
동서 국제학 학교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 등 아시아 3개국 언어에 능통하고 아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뉴욕시에 신설되는 소규모 학교다.

6~12학년 과정을 교육할 예정이어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한영 이원언어 교육이 실현된다면 바야흐로 초등학교부터 중·고교까지 한국어 교육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한영 이원언어 학교가 독자적인 학교 설립 대신 기존 공립학교내 프로그램 유치로 가능성이 타진되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추후 독립적인 학교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그나마 희망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남은 몫을 한인사회가 얼마나 잘 감당해 내느냐가 더 큰 관건이다.


가능성을 타진해 온 초등학교는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최소 등록 정원으로 한인 12명과 타인종 12명을 충족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교육계 종사 한인들은 한류여파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타인종 학생 모집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정작 한영 이원언어 교육을 원하는 한인학생 12명을 모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인들은 영어권 1.5·2세 자녀라도 부모와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데 굳이 미국의 정규학교에서까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교육 받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아직은 지배적이어서 이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는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이번 주 두 차례 예정된 동서 국제학 학교 입학 설명회에 대한 반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문의는 수없이 밀려드는 반면, 한인들의 문의는 고작 3~4건에 불과했다. 자칫 한국어가 중국어에 밀려 동서 국제학 학교가 중국인 학교로 전락하는 것은 아
닌지를 염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서반아어와 영어의 이원언어 프로그램 경우 이미 시내 공립학교에 60여개 넘게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기 명단이 줄지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한인사회에 모처럼 찾아 온 이번 기회를 부디 저버리지 말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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