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en kanryu

2006-0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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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학 경제학교수)

표제는 인명이 아니고 ‘嫌韓流’(한류를 혐오함)의 일본어 발음으로 된 책이름이다.
작년 11월 19일자 뉴욕타임스에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아시아의 라이벌들이 보여주는 추한 모습’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내용인즉 만화로 된 두 권의 책인데 하나는 ‘중국 입문’이요, 다른 하나는 야마노 샤링(山野軍輪)이 저작한 표제인 ‘혐한류’이다. 지난 반년 동안 예상을 능가하는 판매수를 올리고 있는 책이 ‘중국과 한국인을 천한 민족으로 묘사하고 일본이 직접 도전해야 된다’라는 내용이라고 소개했었다. 호기심이 나서 일본 친구에게 부탁한 책이 왔기에 모두 읽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13억의 중국인과 7,000만이 넘는 우리 민족의 ‘벌집’을 쑤신 일본인의 현실을 보는 느낌이다. 대동하여 왈가왈부하기에는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독후감이다. 다만 독자들에게 대표적 내용을 소개하면 어떤 성질의 책인지 짐작하리라 믿는다.

우선 중국. 죠지 나까야마가 그렸고 대만 출신의 고우분유(黃文雄) 감수의 ‘중국 입문’은 “현재의 중국은 주의, 사상, 문학, 예술, 과학, 제도 어느 것을 보아도 매력있는 것이 없다”(p.219). “옛 것을 존중하기 때문에 변화나 창조를 일체 금하는 나라이다”(p.105) “당나라 시
대로부터 20세기 초까지 중국인은 식인종의 역사였다”(p.107)등등.
총 288면으로 된 책, ‘혐 한류’의 내용을 간단히 더듬어보기로 한다.
제 1화의 제목 자체가 “한국인에 의하여 더럽혀진 W배 축구의 역사이다” 2002년 6월의 월드컵축구경기에서 한국인 심판들이 너무나 편파적이고 불공평했으며 객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일제시대 한국에서의 대학교육 부문 중 ‘구 경성제대의 한국인과 일본인의 재학생 수는 반반이
었다”(p. 26)라는 것. 하지만 1925년 통계에 전체 한국 대학생이 89명, 일본학생은 232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당시의 인구비례로 보면 1:109명 꼴이다. 즉 한국 대학생은 일본학생의 109분의 1밖에 안된다(이기백, ‘한국사 신론’ 참조).
다음으로 전후 배상문제. “돈도 기술도 없는 한반도가 어떻게 단기간에 발전이 되었느냐?”라는 질문과 함께 “일본은 국가예산의 20%를 투입하여 근대화 할 수 있게 도왔다”고 주장한다.
일제시대에는 한국인은 일본국민이었고, 당연히 징용이나 군대에 가야지, ‘강제연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 노예”로 전세계에 알려진 종군위안부 문제도 ‘날조된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새로운 (일본)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명예회장인 니시오 간지는 “한국인들의 의식은 바꿔지지 않는다. 자기들의 내부에 들이박혀서 밖이 보이지 않는 불쌍한 민족”으로 단정하였다.(p.99) 또 다른 만화의 주인공은 “한국인에게는 ‘역사’란 민족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밖에 안된다고 하였다.(p.118) 남의 나라를 모방하기 때문에 “한국에는 자랑할만한 문화가 없다”(p. 126) 따라서 “우리 일본인은 아무런 반성을 할 필요가 없다” 이유인즉 “일본의 납세자들은 한국사람들 때문에 착취당했다”(p.130)라는 주장이다.


“한국인은 자기들의 형편에 맞제 역사를 왜곡”하며, “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현대화를 일본의 자금과 기술, 일본인의 피와 땀으로 성취했다.(p.217) 황민화정책, 창씨개명, 강제징용 등은 한국인이 식민지의 노예가 아니고 일본국민으로 취급했던 평등주의였다. 결코 차별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이 일본사람을 차별하였다”(p.223,225) 운운.
따라서 ‘겨울연가’(일본에서는 ‘겨울소나타’)는 근친상간적인 소녀들의 만화같은 이야기에 불과한데 이로 시작된 소위 ‘한류’가 한일간의 우호를 연출하고 있다지만 실은 한국을 싫어하는 일본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이 싫고, 어쩐지 중국인도 싫다”라는 결론이다.
일본에서 이 책이 계속 잘 팔리고 있는데, 역사를 정확히 모르는 젊은 세대가 책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면 한심한 느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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