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게리 플레이어의 교훈’

2006-02-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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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

타이거 우즈를 훌륭한 선수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골프 영웅으로 통하는 게리 플레이어가 얼마 전 골프 채널 프로그램에 출현, 타이거 우즈를 칭찬하며 한 말이다.

플레이어는 ‘타이거 우즈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는 아나운서의 요청을 듣고 “타이거는 골프공을 그 어떠한 방향으로도 자유자제로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그는 그 능력을 방치하지 않고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골프에 임한다”라고 칭찬했다.

플레이어는 거기서 말을 멈추지 않았다.
“타이거가 은퇴할 때 쯤이면 그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골퍼가 돼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라운딩을 마친 뒤 항상 모자를 벗고 상대 선수 및 캐디들과 악수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즈의 골프 실력도 인정했지만 플레이어가 우즈에 대해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골프에 대한 그의 ‘매너’였다.

골프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가끔 타이거 우즈가 채를 집어 던지는 행위를 하는 것을 몇 번 본적이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도 물론 타이거의 이같은 불같은 성격을 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된
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우즈의 매너를 강조한 이유는 경기를 마친 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항상 지키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플레이어는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방청객이 마이크를 잡고 플레이어에게 ‘벙커샷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플레이어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그 방청객에게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지요’라며 공손하게 물었다.


상대에게 말을 걸었을 때 자신의 이름을 먼저 얘기하는 매너에 대해 플레이어가 부드럽게 꼬집은 것이다.

골프는 매너를 중요시하는 스포츠로 통한다. 하지만 올바른 매너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비단 골프에만 적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을 만날 때, 전화로 통화를 할 때, 골프를 칠 때... 70세가 넘은 신사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면 인상 쓰는 날보다 미소 짓는 날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정지원(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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