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수하는 사람들

2006-02-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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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가면 사회자가 시도 때도 없이 박수를 치자라고 은근히 강요할 때가 있다.

자원해서가 아니라 강요당하는 마음이 있을 땐 박수가 별로 흥미가 없어진다.

본래 ‘박수치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한다. ‘박수’라는 말 자체가 ‘손을 치다’는 뜻이기 때문에 ‘박수 치다’는 ‘손을 치는 일을 치다’라는 뜻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곧 의미가 중복되니 맞는 어법이라고 할 수 없다.

박수(拍手)는 환영·축하·격려·찬성 등의 뜻으로 손뼉을 여러번 치는 일이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박수하다’라고 백과사전은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일본 집권 자민당 지도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고이즈미 아이들’로 이뤄진 ‘83회’ 회원들에게 ‘박수 지령’을 메일과 팩시밀리로 연설 전날 회원들에게 통보됐다.

▲연설 중간 중간에 연호하면서 박수를 칠 것 ▲연설이 끝나면 83회원 전
원이 30초 정도 기립박수를 칠 것 ▲의석 앞줄에 앉은 사람은 연단쪽으로 조금 걸어나가도 괜찮음 등이 주요 내용.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박수를 칠 부분에 밑줄까지 쳐 있었다.

이 지시 탓인지 ‘고이즈미 아이들’은 연설 도중 박수부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연설 종료후 기립박수에는 고작 2명만 일어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사전에 ‘지령’내용을 입수한 제1 야당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이 끝나면 30초간 기립박수를 쳐야지”라며 아유를 보내는 바람에 ‘순진하고 충성심 강한’ 고이즈미 아이들도 차마 일어서기가 멋쩍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것에 대한 반응,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에게 무척이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분노를 느끼고 상대가 사과해 주기를 바라고, 기쁨에는 으례 축하해주기를 바라고, 노력의 결과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박수는 강요될 때 박수가 아니다.

박수의 동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동작 같지만 그 안에는 건강의 비결이 숨어 있다.

손바닥에는 340가지 경혈이 있고, 심장과 폐 등의 장기와 연결된 여러 경락이 흐르고 있어서 박수하기로 손바닥을 자극하면 장기 기능이 활성화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0초간 박수는 10m 거리 왕복달리기를 하는 것과 거의 맞먹는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수는 경직된 몸을 풀어주어 긴장을 해소시키고 자신감을 높여주고 언제 어디서나 돈 한 푼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경제적이며,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손 운동이기 때문에 왼쪽 뇌와 오른쪽 뇌가 고르게 발달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

이 좋은 박수를 생활속에서 꿈꾸듯 해보아야 한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월남에서 부상당하여 돌아온 군인들을 위한 대대적인 위문공연을 할 때 코미디언 밥 호프가 5분 정도 얼굴만 보이고 내려오겠다던 공연에서 40분을 넘게 하고 돌아와 눈물을 흘렸다. 이유는 앞줄에 앉아있는 두 친구 때문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오른팔을 잃어버렸고 한 사람은 왼팔을 잃어버린 군인이었는데 오른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왼팔을, 왼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오른팔을 사용해서 두 사람이 함께 박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밥 호프는 “저 두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팔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함께 기뻐해 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된 기쁨’을 배웠습니다” 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박수하자는 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기뻐하며 좋아하면서, 나의 힘찬 박수소리가 격려와 축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적들에게 사기 저하를 명령하는 귀한 일이 되도록 말이다.

먼저 박수하는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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