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의 회장들은 어떤 평가를 원하는가

2006-02-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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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남들이 하는 몫으로 되어 있다.

마치 자기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남의 눈으로 보든지, 아니면 자신이 봐도 오로지 거울이라는 남을 통해야만 볼 수 있듯이.

어쩌다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우점을 자기 눈으로 먼저 발견하여 남들 앞에 설명할라치면 단박에 ‘겸손하지 못하다’거나 ‘제 잘난 척한다’거나 하는 비난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남들이 하는 평가가 다 그대로 자신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또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 특히 단체들의 회장들은 모두가 자신에게 바른 소리를 하고 자신의 약점을 자주 지적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멀리 하고, 자신의 있는 없는 장점들을 샅샅이 찾아내는 그런 사람들은 좋아하고 즐겨 등용하는 것이다.

이런 아첨하는 자들은 장점은 물론, 또 약점도 교묘하게 장점으로 돌려서 평가한다.

이런 엇갈린 평가들은 또 회장이나 단체장들을 잘난 척하게 하거나 하고 안하무인으로 만들고, 선을 긋고 편을 가르게 하고… 이래서 단체가 분열되고 또 사회가 분열되기도 한다.

아마도 이와 비슷한 연유로 자기 중심만 부르짖다 보니 우리 조선족 사회를 대표하는 조선족동포회도 두 개로 분열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원래 미국에서 극소수 부류에 속하는 아시안, 그 중에서도 소수인 한국인, 그 속에서도 극소수인 쌀에 늬 보다도 적은 조선족. 소수의 소수인 조선족, 똘똘 뭉쳐도 힘이 모자랄 판에 이것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무슨 한인사회에 잘 보이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창피하기
만 하다.

언제인가 충청도 도민회에는 어느 쪽 회장은 초대되고, 어느 쪽 회장은 초대 안 됐고, 또 그 무슨 한인회에서 한 어떤 행사에서는 누구 이름을 먼저 부르고, 누구를 나중에 소개하더라, 그래서 어느 동포회가 더 지명도가 높다는 등등 듣기에도 무의미한 경쟁 때문에 옆에서도 창피한 감이 든다.

그리고 어느 회장이 신문에 얼굴이 자주 나고 어느 회장이 신문에 기사가 많이 나고 또 누가 신문에 사진이 더 크게 나고...
아이들 놀음 같아서 답답하다. 그래도 이것은 아이들 같은 경쟁이나마 ‘선의’의 경쟁이다. 그래서 괜찮다.


이보다 더 한심한 것은, 서로 헐뜯고 싸우고 비방하여 전시상황처럼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 누가 무슨 일을 하면 즉각 비난하고 반박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포회에 나가서 남을 위해, 자기보다 좀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다른 사람들까지 동포회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어디에 가입하면 다른 데와는 전쟁을 해야 하니까. 심지어 원래 동포회에 있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이탈하는 형편이다.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실정이다.

우리의 조선족 사회의 두 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 자신에 대한 모든 평가들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둘이 하나가 되어 우리 조선족 들을 위해 더 크게, 더 많이 봉사하자.
이것이 앞으로 이임한 후에도 두고 두고 좋은 평가를 오래도록 받을 수 있는 현명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성열(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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