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쇼트 체인지(Short Change)

2006-0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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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

한국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재외국민 보호 및 통상외교 추진실태’ 보고서 내용을 보면서 열을 받지 않는 뉴욕 한인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정부가 한인 2세들을 비롯해 재외국민에게 한국어, 한국역사와 문화 등 사회교육을 시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토록 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재외한국교육원 지원에서 유별나게 뉴욕이 홀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하고 미국 어느 지역보다 한인 인구가 많은 곳이 뉴욕이다.


자연히 뉴욕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도 워싱턴, 시카고,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정부의 미주 한국교육원 관할 구역 그 어디보다도 많으며 교원과 학생 숫자도 그렇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뉴욕보다 인구, 학교, 교원, 학생 수 규모가 현격히 적은 주미대사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휴스턴 총영사관 등을 통해 각 관할 지역 한국교육원의 사업을 지원한 돈이 더 많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특히 감사원 조사결과 뉴욕보다 더 많은 한국교육 예산을 지원받은 이들 3개 공관이 주당평균 5차례에 걸쳐 10시간 실시토록 돼 있는 실제 강의를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고 교육과정명 마저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실 200여개에 달하는 뉴욕한국교육원 관할 지역 한글학교들이 정부의 궁색한 지원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뉴욕총영사관 웹사이트에 한 한국학교 관계자가 “한글학교 선생님들 돈받고 영리를 위해서 일하는 분들도 아니고 오로지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서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고 올린 글을 보고 총영사관과 교육원은 어떤 생각과 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뉴욕한인 2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아도 주류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는데 하나도 지장이 없다.

이들에게 한국어, 한국역사·문화 등 사회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사실 그들 자신들보다는 한국과 한국 정부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빛을 내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국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인이 함께 빛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신용일(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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