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각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

2006-0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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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면서 배우면서

어떤 사물에 대한 견해나 의견은 그것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 불이 났다고 하자. 현장 조사원들은 불이 난 원인을 캐려고 할 것이다. 의사들은 적절한 화상 치료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보험회사원은 보험료 지불액을 생각할 것이고, 교사들은 불조심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고, 건축 자재 판매원은 각종 자재의 비축량을 확인할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사물에 대처하게 된다.

요즈음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비’의 아시아 이미지 승부를 건 뉴욕 첫 공연에서 관중 동원 성공이었고, 또 하인스 워드가 아시아인 최초의 수퍼보울 MVP가 된 사건이다. 한국 내외를 들끓게 한 두 사람의 쾌거는 매스미디어의 풍부한 후속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두 사람의 활동 분야가 다르고, 비록 그들의 도달 지점에 경중이 있다지만 화제의 주인공이 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성장 과정을 눈여겨 볼 때 그들의 디딤돌이나 디딤판이 되었던 정신적인 도약대가 그것을 설명한다. 오늘을 이룩한 성공담의 주인공은 그들 자신이다. 모친의 격려나 효과적인 교육이 보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을 한 것이고, 주연은 그들 자신이었다. 주연들이 활력의 원천을 보배로 삼으면서 한 방향으로 달려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 동기다.

현재 전 미국 각지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학습자의 학습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부모나 교사의 권유에 따른 학습이거나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요소가 된다는 부모나 교사들의 설명이 학습자들에게 유감스럽게도 강한 학습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비’는 힘든 훈련을 하면서 어머니가 병석에서 병마를 이기려고 애쓰던 것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또한 첫 공연 계약을 맺었을 때 그 돈을 어머니 치료비로 보냈더니, 그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였단다. 결국 ‘비’는 어머니를 애끓게 하는 자기를 향한 사랑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하인스 워드는 어떤가. 한 때는 어머니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보다. 그러나 언젠가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희생에 보답하고자 내 자신이 분발해야 하겠다고.

그래서 ‘어머니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외치고 있다. 이 외침은 워드에게 MVP를 향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어머니에 대한 감사이다.

워드가 MVP로서 어머니를 첫 대면하였을 때 ‘왜 아들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왔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워드가 대답하였다. ‘어머니와 제가 단 둘의 시간이 갖고 싶어서...’ 워드의 대답이 지극히 동양적으로
느껴지며 그를 이해한다.


위대한 어머니들이 성공으로 가는 아들들을 키웠다. 그들이 직접적인 교육을 한 것이 아니고, 그 바탕을 이루는 학습 동기를 주었다. 이 학습 동기는 학습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누구에게나 어떤 방법으로든 학습 동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처럼 귀한 선물이 없다.

모든 사물에 대한 판단은 시각 차이에서 달라진다. 모두가 한 쪽에서만 바라본다면 마치 한 가지 마음의 유니폼을 입고 정열한 전체주의를 연상하게 된다. 사물을 판단하는 시각 차이는 다양할수록 좋은 줄 안다. 아무리 다양해도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매스미디어가 부모의 교육 방침에 대한 의견을 싣고 있다. 이토록 교육 방법에 대한 논의가 풍성한 것을 환영한다. 바라건대 학습 동기 유발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있어야 하겠다.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은 말 자신의 일이다. 물을 마시고 싶게 하는 것이 학습 동기 유발이고 이는 오직 교사만의 담당 영역이 아니라고 하겠다.

앞의 두 사람에게 학습 동기를 준 것은 어머니들이 아닌가.

결국 그들에게는 어머니의 정성·애정이 끊임없이 분발할 수 있는 에너지 원천이었다.

그들의 성공담을 일반적인 교육 효과나 노력의 결정으로 볼 수도 있고, 그 이전의 기초가 되는 강한 학습 동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병렬(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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