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하장 유감

2006-02-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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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성(뉴저지)

연말이 되면 우리는 친지나 지인들과 성탄카드나 연하장을 보내고 또 받는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간에 나누는 인사이다.
지난 한 해를 잘 보낸 감사의 뜻도 담고 예수님 탄생을 경축하고 아울러 새해를 맞이하며 가내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세모 인사를 드리는,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을 새긴 인사를 드리고 받는 게 카드나 연하장의 본 뜻일터이고 의미임은 주지하는 바이다.
문제는 너무나 형식적인 인사치례를 많은 사람들에게 허겁지겁 해야 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호칭은 말할 것도 없고 겉봉에 올리는 수신인의 이름을 무례하게 ‘홍길동’이라거나 ‘Kil Dong Hong’으로만 써서 발송하는 결례를 범하는데 기본 예의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에
게는 받는 순간부터 기분을 잡친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찜찜하고 불쾌한 인사를 받는 꼴이다.
엄연히 나이가 위인데도 그냥 이름 석자만 적어소 보낸다는 것은 아예 받지 않는 것만 못한 연하장이 되기에 이르는 말이다.
내용이 아무리 미사여구로 가득 차있다 한들 예(禮)를 찾고 지키자고 하는 의도가 무례를 범하는 행위로 이어지니 말이다. 정말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지금은 군대조직에서도 ‘홍길동 귀하’라거나 ‘이철수씨’로 ‘씨’자를 성명에 붙여 사용하는 게 통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쓰고 실행되고 있는데 마구잡이로 상대방의 이름 석자만 달랑 써서 보내는 풍토는 지양해야 될 것 같아 일갈(一喝)하는 바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교육기관의 장(長)이나 교회나 교회 소속 한국학교장 명의로 발송되는 공문에 ‘떠~억하니’ Kil Dong Hong으로 보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예의 범절을 몰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즉각 시정돼야 한다.
정부기관에서는 물론이요, 영사관에서 오는 공문을 보면 꼭 Mr. 나 Mrs. 또는 Ms.를 붙여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는데 소위 교육기관인 학교나 교회단체에서 오는 공문에 무례막심하게 부적절한 호칭을 계속 쓴다는 것은 조금 생각을 해야 되겠고, 삼가해야 한다고 하는 얘기이다.
기왕 언급을 한 기회이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전화를 받을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냅다 대고 “홍길동 있습니까?”이다. 본인의 성명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고 누구를 왜 찾는데 “홍길동씨 계십니까”라거나 “이 시간에 계신지? 통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이건 무턱대고 “아무게 있습니까?”이다.

공문을 발송하는 사람이나 전화를 거는 사람이 올바로 배우지 못하고 식견이 짧아서 그런다면 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단체나 기관의 장(長)이 된다는 사람일 때는 기가 찬다. 한 사회 공동체를 대표한다는 사람일 때 얘기인데 그것도 교육기관일 경우는 그냥 말문이 막히고 이런 경우 받은 전화를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당황스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연하장이나 카드를 보내 인사를 치러야 될 사람이라면 기본 예의는 갖춰야 할 상대일 경우일터인데 이름 철자도 자기 마음대로 써서 보내는 실수를 하는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름을 한 예로 비교하면 영어로 ‘Syng Man Rhee’로 썼는데 여기다 대고 인사랍시고 하는 사람이 ‘Seung Man Lee’라거나 ‘Sung Man Ree’로 해서 카드나 편지를 띄운다면 받아보는 사람의 느낌이 어찌 되겠는가 하는 말이다. George Bush 대통령도
Geoge Boosi 또는 Joji Bushi라고 발음되는대로 써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이다.
한글로 따진다면 ‘홍길동’님을 ‘홍길똥’ 또는 ‘홍킬똥’으로 쓰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비교라고 비난할 사람이 있을가 염려되는 바이지만 특히 공무닝나 인사장을 발송하는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개인들도 한번 다시 새겨서 생각을 하고 시정했으면 하는 바램이다.연초부터 언짢은 기분으로 연하장을 받게 되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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