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자랑스러운 하인스 워드

2006-02-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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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1부 부장)

배고픈 여우가 냇가를 지나다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를 보고는 잡아먹기 위해 꾀를 냈다. 물위로 점프하는 물고기에게 “왜 답답한 곳에서 노니 넓은 물 밖으로 나와서 놀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물고기는 가족들에게 물 밖에 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은 후 아무리 좋아 보이더라도 물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물고기는 그 이후로는 물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우화는 유대인들이 자녀들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전해주는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성을 안고 살아야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심탐탐 기회를 노리는 여우에게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보울의 영웅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며 필사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미 최고의 스포츠인 프로풋볼대회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는 고교시절 오른팔에다 한글로 하인스 워드라고 문신을 새길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했다. 미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친모 김영희씨와 살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자신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는 친모를 통해 그는 자신속에 한국의 피가 섞어 있음을 인정했고 또 놓여진 환경
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만약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회피했다면 지금의 모습이 형성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문신은 한글로 쓴 이름과 그 밑에 미키마우스가 대학 최우수 선수에게 시상하는 아이즈만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미키마우스는 즐거움을 상징하기 때문에 문신을 했다고 한다. 슬퍼하지 않는 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인 2세들에게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또 한명의 자랑스러운 코리안 아메리칸의 롤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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