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류미비 동포, 동포사회가 껴안고 가야

2006-02-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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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뉴욕유권자센터 디렉터)

2006년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한 해는 정말로 이 땅의 이민자들과 소수계들이 앞으로 이 땅에 계속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이민자들에 의해서 건설되었고 자유와 민주주의 정의와 평등의 상징이었던 미국이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지역구 출신이면서 입만 열면 이민자들이 이 나라의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민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하던 정치인들이 과연 워싱턴 회의에서 도대체 우리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진정한 의구심이 드는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들의 꿈이 너무 큰 것을. 야망의 정치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이 곳 이민자들이 밀집한 뉴욕과 뉴저지가 아니라 이곳은 그저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언제나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해서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지만 그들의 눈은 표가 더 많은 남부지역을 향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남부의 표를 얻지 못하면 대업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고한 진리를 되새기면서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남부의 유권자들에게 가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할 뿐이다.

남부가 어디냐. 전세계가 노예제도를 버리고 있던 시점에 아프리카로부터 흑인들을 잡아와서 노예로 성공한 지역이 아니던가! 그리고 마지막까지 노예제도를 유지하고자 전쟁도 마다하지 않던 곳이다.
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다. 그러나 남부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그들만의 남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개방적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호의적이었던 동부의 중산층들도 세금 감면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리고 9.11 이후 주류 언론이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애국주의 운동으로 점점 포용력마저 버리고 있다.결과는 이민자들과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미국에 사는 것이 점점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또한 한인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던 매케인 케네디 법안과 같은 이민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는 힐러리 상원의원의 입장을 들으면서 더욱 더 착잡해진다.
언제나 이민자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 조차도 감히 의회에서 친이민정책을 내놓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공화 민주 양당의 책임있는 의원들이 함께 만든 법안 조차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수많은 지면을 장식했던 이민자 권익이 점점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허탈감을 갖게 된다.
반이민정책이 통과되고 언론을 보면 수많은 단체에서 반대성명을 내고 규탄을 한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반이민정책을 시행하고 친이민단체들이 시위를 한다. 그렇게 반이민적인 법들과 행정적인 시행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거의 일주에 한번씩 이민자 권익에 관한 뉴스를 접하지만 진전된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친이민자를 위한 정치적인 힘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시의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이민자의 입장에서 투표를 하기보다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자신을 위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정치인들에게 전달할 구체적이고 영향력 있는 투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반이민자 단체들과 연방정부는 이민자들을 옥죄기 위한 그들의 전략을 정확히 세우고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보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그러나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이 너무도 힘들게 다가오고 있고, 이제는 동포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어떻게 안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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