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의 밤을 다녀와서

2006-02-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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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민주평통뉴욕협의회 위원)

지난 주 금요일 밤 8시부터 플러싱에 있는 뉴욕시립대학 퀸즈칼리지의 강당 콜든센터에서 열린 제 46회 뉴욕 한인의 밤을 참관하고 몇가지 느낀 점을 지상을 통해 뉴욕한인회 임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강당에 700~900명(주요 일간지 보도 참고) 정도가 참석한 것은 주요 일간지에 난 풀 페이지 광고에 비하면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흡한 숫자였던 것 같다. 그러나 칵테일과 풀 코스 디너를 포함하는 예년의 한인의 밤에 참석하던 300~400명의 숫자에 비하면, 칵테일과 디너를 빼버린 나이트 쇼 형식의 이번 한인의 밤 행사는 예년 참석 인원의 두배 정도의 동포들을 참관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 있다고 생각된다.
예년의 행사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먹고 마시는 즐거움과 사교의 기능이 있는데 반해서, 이번 새로 시도된 행사는 참관자들은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쇼를 관람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앞으로도 계속 이 형태를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두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한인의 밤을 기획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고 생각된다.미 주류사회에서 종종 있는 1,000~2,000명이 함께 먹고 마시며 사교도 하면서 쇼도 즐기면서 동시에 매끄럽게 행사를 진행하는 컨벤션 같은 것을 우리 한인의 밤 행사에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해 보기를 권한다.
또 한가지 무심코 지나칠 수 없었던 점은 영어 사용에 관한 것인데, 행사 진행에 영어 사용을 시작부터 배제해 버린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점이었다. 영어 사용은 우리 동포사회의 정치력 신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행세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하원의원, 뉴욕시의원 등 여러 주류사회 정치인 및 외빈을 초대해 놓고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말로만 행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잘못된 관행이며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미리 준비한 매우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한 전 뉴욕시의원 알렌 제닝스씨에게 우리 참관자들이 경청하고 박수를 보냈듯이, 우리도 서투를지라도 영어로 이야기할 때 주류사회 인사들은 우리를 가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한인의 밤 행사가 우리끼리 흥야흥야하는 자위적이고 배타적인 모임에 머물지 않고 또 하나의 정치력 신장의 기회로 활용되는 모임으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한인의 밤 행사에 지역한인회, 직능단체, 사회봉사단체 등을 총망라하여 참여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구조가 앞으로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제도에도 구체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대는 막대한 재정적 소모를 전제하는 모든 동포를 상대로 하는 회장 선출 제도보다는 동포사회에서 실제로 활약하는 단체들의 대의원들에 의한 회장 선출 제도로의 이행을 의미한다.한인의 밤 행사를 치르는데 새로운 형식의 도입을 시도한 이번 행사를 참관하면서 동포사회의 구심점으로서 뉴욕한인회가 위상을 부각시키려는 노력과 동포사회의 화합을 위해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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