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이민단속 너무 심하다

2006-02-16 (목)
크게 작게
서류 미비자들에 대한 미 당국의 정책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어 이민자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중국계 임산부의 추방과정에서 쌍둥이가 사산된 사건만 보아도 이민국의 법 집행이 얼마나 심각한 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사건은 공항에서 중국계 임산부가 강제 추방조치를 밟는 과정에서 배의 심한 통증을 이민국 수사관에게 호소했음에도 이 수사관은 임산부를 보살피기는 커녕 “중국에 가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추방절차를 서둘렀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주위 사람들이 이를 신고, 그 임산부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쌍둥이 태아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임산부의 인권보다는 이민정책 집행에 더 무게를 둔 이민국 수사관의 형 집행에 의해 일어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또 국토 안보부가 직업안전교육 실시를 미끼로 서류 미비자들을 교육 세미나로 유인, 이들을 체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투망식 함정단속을 벌여 서류 미비자들을 체포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지난해부터 노스캐롤라이나 공군기지에서부터 시작돼 같은 방법으로 곳곳에서 서류미비 노동자들이 속속 체포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반 이민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백인들의 이민 반대정책을 당국이 받아들여 이를 실현에 옮기려고 하는 일종의 백인 위주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난 9.11 테러 후 국방을 이유로 미국의 입장이나 정책에 맞지 않는 이민자는 모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나라에서 추방시키겠다는 의지이다. 그 일환으로 리얼 ID 법안에 의해 신분제를 실시, 이민자로 보이는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서류 미비자를 색출해 솎아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소수민족 이민자들이 다 수사대상이 됨으로써 소수민족 이민자들은 자연히 심리적으로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아무 이유 없이 이민국으로부터 통지를 받고 체포된 무슬림 이민자들의 수가 그동안 5,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이 불체자를 포함하여 이민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강경한 정책은 도에 지나치다. 미국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인권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민의 나라인 미국의 근본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관계당국은 이같은 이민단속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작금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관련, 소수민족 및 이민자 옹호단체들은 힘을 합쳐 이민국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하고 시정을 강력 요구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