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후를 위한 저축

2006-02-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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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만 연 (수필가/회계사)
새해 들어 매월 나오는 사회보장 연금이 4.1% 증액된다는 싫지 않은 소식이 왔다. 매해 물가상
승에 대한 보전책으로 얼마씩 불어나고는 있지만 이번처럼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었다. 이는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컸다는 정부의 공식 인정이기 때문에 사실은 좋아할 일이 못된다.
그런가 하면 저소득 노령자에게 지급되는 소위 웰페어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그 금액도 앞으로
2년간 동결시키겠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가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바로미터라 될 수 있다. 최근 부시 행정부는 2조7,700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예산안은 국방 및 안보부문에 대한 금액을 대폭
늘리는 대신 사회복지 부문은 크게 삭감하고 있다. 그동안 한인 노인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던 웰페어가 언제까지나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한인들 가운데 노후생활을 웰페어에 의존하겠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음을 발
견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틀
림없으나 더 이상 지상천국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미국 경제가 나빠지거나 어떤
사정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삭감으로 나타난다.
웰페어 금액은 미국 어디서나 똑같은 것이 아니라 주마다 다르며 혹시 한 달 이상 한국에 나가
살거나 자주 나가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고 다른 수입이 생길 경우는 그 액수만큼 삭감된다.
또한 한 때 비시민권자와 10년 이상 세금보고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예 한 푼도 지급치 않
겠다는 법안이 제정되어 실시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한인 노인들처럼 자신도 여생을 웰페어 수혜자로 편안히 잘 먹고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크게 후회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므로 빨리 그 꿈
에서 깨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후대책에서 아직까지 가장 틀림없고 확실한 것은 무어니 해도 사회보장 연금이다. 2029년도
부터는 기금이 고갈되어 앞으로는 그 제도가 없어지느니 제대로 못 받느니 하는 갖가지 염려스
런 말들이 많지만 일부 개혁안은 마련될 수 있어도 큰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은퇴자들의 대부분은 사회보장 연금에서 가장 큰 수입을 얻고 있다.
웃기는 것은 계획성이 약한 한국 사람들이 어째서 눈앞의 엄연한 사실은 외면한 채 오랜 후의
가능성에는 그렇게 귀가 솔깃한지 아마도 세금들을 잘 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억하심정이 아
닌가 싶다. 사회보장 연금은 세금을 납부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오랜 기간 세금
을 많이 낸 사람이 제한은 있어도 그만큼 더 받게 되어 있다.
사회보장 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수혜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죽을 때까지 나온다는 점이
다. 2월로 접어들면 세금보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 때에 한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
해 볼 일이 있다. 세금을 더 낸다고 생각지 말고 노후를 위한 저축으로 여기고 세금을 가급적
많이 내도록 하자.
편리한 비행기도 못 타서 기차로만 다니는 통 큰 겁쟁이 국방위원장이 지배하는 북한 집단이
얼마나 가겠는가. 오래 지탱하지 못하고 머지 않아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미국 땅에서 땀 흘려 일하다 은퇴한 한인 가운데 통일된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미국 정부에서 매월 꼬박꼬박 지불하는 사회보장 연금으로 서울이나
제주에서 또는 평양이나 원산 또는 신의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니 그 날을 위하여 세금보고를
성실히 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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