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위기를 전화위복으로

2006-02-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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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은 위기를 맞았을 때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위기는 여러 가지로 올 수 있다. 자신의 잘못
판단으로 올 때도 있고 타자의 모함이나 술수 혹은 사기 등으로 올 때도 있다. 자의 건 타의
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위기는 위기를 당한 사람의 의지 여하에 따라
굴복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현상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위기를 맞았을 때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도피처를
찾는 행위요 또 하나는 위기를 정면 돌파해 들어가는 행위다. 도피처를 찾는 행위 중 가장 두
르러지게 나타나는 행위의 한 면모는 정주영회장의 아들 정몽헌씨의 자살을 꼽을 수 있다. 자
살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자살한 사람을 평할 수 있겠냐만, 그렇지 않다.
항간에는 정몽헌씨의 자살을 타살이 아니냐는 식의 미스터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타살이건
자살이건 그는 그가 맞은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지 못한, 한 모델로 꼽힐 수 있다. 또 하나 최
근의 일로 이건희회장의 딸의 자살을 들 수도 있겠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한국 최대 재
벌의 딸이 무엇이 부족해서 자살을 택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의 딸이라 해도 위기를 맞이하는 것은 빈부의 차와는 관계가 없다. 세상사
는 사람치고 그 누구고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게 세상사이기 때문이다. 위기를 맞이하는 사람
의 태도 여하에 따라 위기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 전화위복은 위기관리에 따라 쫓
아오는 하나의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있다. 중병 같은 위기는 알려야 한다. 자랑처럼 알릴 필요야 없겠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친지와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조언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렸던 한 사람은 의사를 여러 명 소개받아 진찰한 결과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질병이 아니고 돈에 얽힌 위기라면 돈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 사정을 하여 돈을 빌려 대처를 하
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끙끙 앓는다고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은 없기에 그렇다. 이때 자
신의 자존심 같은 것은 모두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일단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자신의 크레디트, 즉 신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사랑에 관한 위기가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해야 할 텐데 부모가 반대하는 상황은 얼
마든지 있을 수 있다. 둘은 서로 떨어져서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이럴 때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지혜를 짜 모아야 한다.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섣불리 동반자살이니 뭐니 하는 어리석은 짓은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한다.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있기에 그렇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란 이야기도 있듯이
부모는 설득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자식들의 손을 들어주게 돼있다. 방법 선택을 잘해 부모에
게 불효를 행하지 않으면서도 양가 가족 모두에게 축복을 받으며 결혼에 골인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연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이란 결혼하고 나면 식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
다.
위기를 극복하는 많은 사람들의 유형중 위기를 딛고 일어나는 사람들은 단연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사람과 믿는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돋보인
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란 말처럼 위기에 빠진 사람은 믿음을 ‘지푸라
기’ 삼아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드디어는 그 위기를 탈출하게 된다.
신앙이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실의와 실망, 좌절 속에서도 그
위기를 헤어나게 할 수 있는 ‘지푸라기’가 아닌 ‘밧줄’ 같은 역할을 신앙은 해줄 수 있다.
종교에는 자유가 있듯이 어떤 종교건 신앙을 갖고 그 신앙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
음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있으니 신앙은 위기탈출에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를 할 수 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하인스 워드. 한국계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그는 ‘혼혈아’라는
모든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미국
의 제40대 슈퍼볼 프로풋볼에서 가장 탁월한 선수(MVP)로 뽑혔다. 피츠버그 스틸러팀을 승리
로 이끌게 한 주역을 맡아 잘 해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위기를 맞이하지 않을 수 없게끔 태
어났다. 위기를 잘 대처하여 전화위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만이 이 세상을 승리하며 살 수 있
을게다. 도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여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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