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일 매일이 새로운 날

2006-02-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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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맨하탄 파라다이스 클리너)

니이체는 “오늘 잘 웃는 자가 최후에도 가장 잘 웃는 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동양에서는 “매일 매일이 새로운 날 “(日日新又日新)이라는 말도 있는 줄 안다.
인도의 어느 시인이 다음과 같이 탄식하듯이 읊조렸다 한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매일 늙은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자기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
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누구나 알다시피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고 모든 것은 변하여 간다’라는 이치를
알 것인데도 우리나라 속담처럼 ‘세 살 먹은 아이가 아는 것을 여든 먹은 노인이 하지를 못한
다’는 우매함을 범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무지함은 자신이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 자주 잊는 데 있다”
고 했다.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아니 그런 생각 하기를 아주 싫어
한다고 해야 겠다. 그런 생각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사람을 적극적으로 살게 하지 않고 소극적
이고 허무를 느껴 가라앉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 정반대이다.
우리는 그런 한계성과 유한한 삶을 앎으로써 이 인생을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고 더욱 열
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젊을 때는 사람들끼리 서로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조금은 경망스럽게 남을 깔보기도 하고
지위와 재물, 그리고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어 50 쯤 되면 대강 용모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잘나고 못나고가 거기서 거기가 되고, 60이 되면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
져 대강의 경험이나 지식이 비슷해지고, 70이 되면 ‘부자도 바지를 벗을 땐 한쪽씩만 벗는
다’라는 재물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80 쯤 되면 서서히 생명의 평준화가 이
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공평한 면도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찬란히 빛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오늘 이 하루, 이 순간’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
재의 기쁨을 흠뻑 느끼면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해질 것이고 오늘 이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살아
간다면 유한하고 고통스러운 인생도 조금은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하루를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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