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 백남준 선생 장례식에 부쳐

2006-0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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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한국인의 대표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선생의 장례식이 2월 3일 오후 맨하탄 메디슨
애비뉴의 프랭크 켐벨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 외 수많은 외국인 문화예술계 거장 조문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예술계의 거인을 잃
은 한인의 한 사람으로 서글픈 마음 더할 나위 없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하루
속히 평상심으로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장례예식 절차 중 있었던 퍼포먼스란 것을 선뜻 납득히가 어려웠다.
1. 퍼포먼스(Performance)란 신체성을 매개로 하여 여러가지 다른 미디어와 연결되어 행해지
는 예술이라 했다.
2.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란 육체의 행위를 음악, 영상, 사진 등을 통하여 표현하려는
1970년대부터 시작한 예술 양식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Body Art 또는 Video Art라고도 한다.
엄숙하고 경건하면서도 슬픔으로 애도를 표해 평소 존경하는 분을 먼저 보내야 하는 장례식장
에서 주위의 조문객들 넥타이를 서로 잡아당겨 중간쯤을 가위로 싹뚝 잘라 고인을 참배할 때
각자 가지고 가서 관에 넣어준다는 장례식 풍습은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인데 도대체 어느 나라
장례 풍습인가 모르겠다.
`1960년 어느 장례식장에서 고 백남준 선생이 조문석에 동석한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의 넥타이
를 잘라버린 기이한 행위를 한 일이나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고인이
바지를 의식적으로 내려 알몸이 된 사건 등은 예술가로서 자유정신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하나
인간 기본적인 예절 의식은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일도 예술이라고 한다면 이 분야에 문외한인 필자는 할 말은 없다.
미망인(시게코 쿠보다)이나 조카(켄 하쿠다) 등 가까운 유족들이 일본인들이어서 혹시나 일본
풍습(넥타이 자르기)에 이런 것도 있는가 알아 보았으나 역시 금시초문이다.
금번 고 백남준 선생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고위공무원인 유홍준(차관급) 문화재 청장의 넥타
이를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 바버라 큐레이터가 활짝 웃으면서 앞으로 잡아당겨 직접 자르고 있
는 사진을 보니 장례식장이라기 보다는 연회장에서 즐거움으로 장난치고 있는 장면같이 보였
다.
우리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고 이러한 해괴망칙한 퍼포먼스가 더욱이나 장례식순
에 있다 하니 어처구니 없고 황당함을(필자가 보기에는)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몇 사람이나 있
을런지…
부언하건대 한인의 장례식이니 만큼 많은 한인들이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고인에 대한 슬픔을
표하고 넋을 기리는 정중한 장례식장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식장에
온 남녀 조문객 모두 가급적 검정색 정장 및 셔츠와 타이를 착용하고 요란한 목걸이나 귀걸이
를 삼가는 것이 예의일진대 유홍준 청장 본인도 흰색의 셔츠를 입은 것이다.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자르는 바버라 큐레이터의 크게 웃고 있는 모습과 요란한 목걸이(보도
사진)는 옥에 티로 보였다.
마지막 생존시에는 몸이 불편하여 거동까지 자유스럽지 못하였지만 이제 영원한 안식처에서 육
신의 고통을 훨훨 털어버리고 근심 걱정 없는 영원한 삶을 누리기를 동족의 한 사람으로 삼가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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