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주변국 합병이라니

2006-02-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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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최근 한 인터넷 웹사이트에 이해하기 힘든 글이 실렸다.
“좌파의 한계를 벗어난 진정한 추진력 있는 개혁세력이 조속히 등장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심히 불투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민족의 독립이 절대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략) 이
제 우리민족은 어떤 길로 가야할 것인가. 이대로 나아가 훗날 독립의 유지가 역부족인 상황이
되어서 주변국에 병합되는 길을 밟을 것이라면 기왕에는 연착륙을 하도록 준비하여야 할 것이
다. (중략) 역량이 모자란다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체제하의 편입도 후손들의 복리를 위해 생
각해볼 만한 것이다.”
한국내 우익 잡지인 한국 논단에 박경범이라는 칼럼리스트가 ‘민족 독립 고수냐, 주변국 병합
이냐’라는 큰 제목과 ‘다른 나라 체제 편입 생각해 볼 일’이라는 소제목으로 쓴 내용이다.
가도 너무 막간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에서는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쓴 김완섭이라는 사람이 “독도를 일본에
돌려주라“고 주장하고, 자신에게 나쁜 내용으로 리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그는 이완용
을 애국자로, 김구 선생을 무식한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다.
지난해 자유시민연대라 회원인 한승조(전 고려대 명예교수)씨는 일본 잡지에 ‘친일이 반민족
행위인가?’ 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
원을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주장하는 글을 실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밖에도 지만원이라는 군사평론가는 한씨를 적극 옹호하는 글을 썼고,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
수 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선화라는 사람은 예전부터 한국을 비난하는 `반일한국’에는
미래가 없다, ‘한일합방에의 길‘ 등의 책을 무더기로 내면서 일본 우익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좌익의 득세를 막기 위해 일본 우익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좌파=빨갱이’라는 등식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좌경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우익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한
민족보다 이데올로기가 우선하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으로 다양화되고 변해가는 한국과 세계정세
를 재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겠지만 남들에게 짜증과 모멸감을 안겨주는 사상의 강요
역시 죄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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